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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11. 2023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상상력의 문제

이 책을 읽게 된건 저자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누군가 맘카페에서 이 커플(레즈비언 커플이고 시험관으로 임신한 상황)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가 맘카페에 가입해서 자기도 아이 엄마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람들이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한마디가 와닿았다. 우리 사회에서 제일 필요한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서.


와이프가 둘인 결혼은 왜 상상해본 적이 없을까? 아이에게 엄마만 둘인 가정은 왜 상상해본 적이 없을까?


그동안 내가 상상을 안해본건 그게 내 욕구가 아니라서였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보여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상상해보게 되었다. 여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가정이라... 당사자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이상할게 없다.


종교(나도 가톨릭이지만...)나 다른건 모르겠다. 그냥 우울증 환자였던 내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울증의 고통이나 그 끝의 죽음 앞에선 많은 것들이 무차별해지고 너그러워진다.


동성을 사랑하는데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서 우울증이 오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우울증은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니가 원하는 대로 재밌게 살아볼래, 아니면 우울증으로 고통받다가 죽을래?


내 입장에서는 이건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들, 낙인찍는 것들,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자살 강국인 이유 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니가 원하는 대로 살아볼래? 넌 뭘 할 때 가장 재미있어? 니가 하고 싶은거 한번 다 해봐.


표면적으로야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살라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선들이 그어져 있다. 우리는 그 선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누군가 그 선을 넘어 차별받는걸 볼 때 선의 존재를 알게 된다.


남과 다른건 이상해보이고 선을 그어 차별한다. 동성간의 사랑만 그럴까? 이혼, 재혼가정, 싱글맘,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자살 유가족...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긋고 있는 선은 무수히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커밍아웃에 대해 고민할 때, 나는 우울증에 대한 고백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걸 생각했다. 저자가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은밀히 찾았을 때, 나는 우울증과 은둔형 외톨이 경험과 상처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던게 생각났다.


저자의 당당함과 발랄함은 나에게도 생각을 전환할 계기를 주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망쳤다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나와 사회의 상상력 부족 때문은 아닐까?


이런 성격, 저런 성격, 이런 삶, 저런 삶... 가능한 모든 조합들을 상상해보면 나라는 존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른다. 사회의 평균과 다른 것에 대해 배척하고 선을 긋는 대신 그 다른 삶을 상상해본다면, 우리 사회는 좀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아무튼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발랄해서 좋았다. 레즈비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뭔가 소수자의 입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의 삶에 당당하지 못한 기분인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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