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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26. 2023

우울증 약의 장단점


약을 먹은지 2주가 좀 넘었다.  떨림, 식욕 증가 외에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데 단점은 있다. 내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무감각한 편이다.


우울 자체가 없는건 아니다. 예전같으면 그 우울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타다닥 달라붙어 커졌을텐데 그게 없는 것 같다. 우울에 달라붙는 감정이 없다보니 우울 혼자 방안에 앉아있다랄까. 그래서 심한 우울감이나 자살사고로는 번지지 않는 듯하다. 우울이라는 물방울은 있는데 그게 웅덩이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책이 감명깊은건 그 내용에 내 감정들이 반응하기 때문이라는걸 이번에 알게 됐다. 예전같으면 읽기만 해도 가슴 뛰었을 책을 보고도 지금은 무감각하다.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워졌다. 생각에 감정이 따라붙지 않으니까 글을 이어가는게 쉽지 않다.


내가 어느 지점에 와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내 감정들을 직면하고 다루고 성숙해지는, 그런 과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지나간다. 고통이 없는만큼... 당연하겠지.


장점은 차분하고 안정적이고 마음이 편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을 억측하지 않는 것. 진짜 큰 장점이다. 약만으로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게 한편으로는 고맙다. 길은 모르지만, 앞뒤 뚝 잘린 현재에 편안하게 존재하고 있다.


정말 어제는 예전같으면 이불킥했을 실수도 하고, 뭔가 잘 모르는걸 드러내서 멍청해보였는데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웃고 있었고 '뭐 어때'의 마음이었다.


원내처방이라 약의 종류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먹는 약은 두통 등 신체적인 부작용은 없었다. 약간의 식욕 증가는 있는데 아직까진 콘서타가 잘 이기고 있다.


많이 힘들면 굳이 약을 안 먹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미친ㄴ 널뛰기를 하더라도 자기 감정들이 소중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각하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별로일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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