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Aug 25. 2023

불안이 당연한 거라는걸...

아무도 안 가르쳐줬다

난 불안한 내가 항상 문제라고 생각했다.



: 앞날이 막막해서 불안해.


다른 나: 앞날을 미리 설계하고 노력하지 않은 니 탓이야! 미리 준비한 사람은 불안해하지 않아. 불안해할 시간에 공부나 더 하라고.



이런 식의 대화가 내 마음속에 항상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근면성실을 강조하는 '개미와 베짱이'같은 책을 읽어서일까, 아니면  아무 망설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위인들의 전기를 읽어서일까.


불안함이라는건 뭔가 잘못된 거라고, 부정적인 거라고 항상 느껴왔다. 그래서 내 불안함은 나의 부족한 면을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시험 준비를 안했으니까 시험 기간에 불안한거라고. 불안함은 병이고 (물론 병의 측면도 있다) 그 병을 앓는 나는 남들은 안 느껴도 되는 불안감을 느끼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항상 불안감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면 불안함이라는건 누구에게나 당연히 있는 감정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멧돼지를 잡으러 가는 우리의 먼 조상들도 불안했을거고 그 이후로도 사람들은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했기 때문에 종교도 만들고 점술도 만들었을 것이다.


불안감을 느끼는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불안감을 느낀다. 왜냐면 살고 싶으니까, 지키고 싶은게 있으니까, 희망하는게 있으니까.


그리고 삶의 곳곳에 위험들이 놓여있으니까... 인생이라는 함정 많은 길을 걸어가는 우리는 항상 발밑을 보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


내가 시험준비를 얼마나 했으면 불안하지 않았을까? 하루 순공 15시간 찍고 핸드폰 한번도 안보고 학기동안 매일매일 공부했더라면, 나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철저히 되어있어서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가까워도 불안감에 관한 이야기는 잘 나누지 않는다. 나의 초라한 부분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우리는 감정보다는 사실을 갖고 대화하는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만 불안하고 남들은 불안 없이, 감정의 낭비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고 오해하는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그런 착각을 하고 살아온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요즘은 '괜찮아, 불안한건 정상이야, 잘되어도 잘되고, 잘못되어도 그것대로 잘될거야'라고 말해준다. 물론 불안장애 약은 약대로 잘 챙겨먹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의 불안감을 인정해주려고 노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별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