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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Aug 27. 2023

우울감과 피로감 구분하기

힘든 날이었다. 여러가지 주변에서 안좋은 소식들도 있었고, 피곤해서 쉬고 싶기도 했다. 내 컨디션이 쌩쌩한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지난달에 예약해두고 아직까지 가지 않은 전시회가 바로 5분 거리에 있는데도 왠지 가기가 싫었다. 무기력감에 문득 거리에서 멈춰섰다.


'지금이라도 취소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앱을 열다가 내가 지금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평소의 나라면 당연히 전시회에 갔을텐데... 뭐지?


이 무기력감은 어디서 온 걸까?


마음과 몸의 상태는 연결되어 있어서 종종 헛갈리곤 한다. 내가 지금 피곤해서 우울한건지, 아니면 우울해서 피곤한건지 모를 때가 있다.


둘다 맞는 말이다. 몸이 피곤하면 약간의 우울감, 부정적인 생각들이 따라오게 된다. 반대로 마음이 우울하면 신체적인 피로감, 무기력감, 이인증(비현실감)같은 느낌이 동반된다.


두 가지가 비슷하더라도 나에게는 선후관계가 중요하다. 우울감이 원인이라면, 그 원인을 알고 풀어내야 깊은 우울증까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몸일까, 마음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요즘 지속적으로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있긴 하지만 전날, 전전날에는 기분이 괜찮았다. 특별히 내 기분을 자극할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약은 잘 먹고 있다.


그럼 원인은 몸이 피곤한데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잘잤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캠핑(?)의 여파는 있었나보다. 몸이 피곤해서 우울감, 안좋은 생각들이 새어나왔다는걸 알게 되자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경고음을 내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피곤해서 그래. 괜찮아. 지금 느끼는 감정, 흘려보내도 돼."


원인 없는, 단순히 피곤해서 생긴 우울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고인 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물이다. 한숨 자면 지나갈 감정이다. 안심이 됐다.


나는 아직 우울증을 두려워한다. 머리로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몸과 마음에 남겨진 트라우마는 아직 있는 듯하다. 약간의 우울감에도 내 마음은 바로 경고음을 보낸다. "혹시 우울증 아냐? 얼른 가서 확인해봐!" 이렇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우울증 없는 상태에 익숙해지다보면 내 마음의 과민함도 줄어들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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