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Oct 26. 2023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


내가 퇴근 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악세서리를 풀어놓는 일이다. 손에 폼 클렌징같은 것들이 묻기 전에 목걸이나 팔찌, 반지를 풀어둔다. 예전엔 책상 위에 내동댕이치듯 놔뒀는데 지금은 천을 상시로 올려놓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둔다.


샤워하고 나면 바로 수분크림을 발라야 하니까 손만 씻고 꼼꼼하게 말린 다음에 세서리 정리를 시작한다.


도금이나 은제품은 닦아서 작은 비닐봉투에 밀봉하고 진주는 전용 천으로 가볍게 닦은 다음 공기가 살짝 통할 수 있는 케이스에 넣어둔다.


서지컬 스틸 제품들은 좀 편하다. 가끔 피곤한 날은 일부러 서지컬 스틸 목걸이를 하는데, 서지컬 스틸은 그냥 던져놓고 주말쯤에 한번 물로 씻어주기만 해도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리한 목걸이나 귀걸이들 몇몇은 은제품인데도 오랫동안 잘 쓰고있다. 한 5분 정도 걸리는 일인데 퇴근 후에 피곤한 상태에서 하려면 정말 귀찮다. 그래도 약간만 노력하면 애착이 가는 악세서리들을 오래 착용할 수 있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하게 된다.


그런데 내 마음을 위해선 그렇게 투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음을 보살피는 방법들은 그동안 무수한 워크숍, 상담 등을 통해 많이 배웠지만 그때뿐이고 막상 매일 실천하는건 없다.


5분의 짧은 명상, 감정일기 쓰기, 음악 들으면서 여유로운 시간 보내기, 그림 그리기... 여러가지 있는데도 잘 안하게 된다.


마음도 악세서리처럼 변색되는게 눈에 보이면 좋겠다. 그러면 억지로라도 관리하게 될 텐데.


'나'와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하고 심장이 알아서 뛰고 위장이 알아서 기능하는 것처럼 마음도 알아서 치유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것을... 믿고 당연시하는 건지도 모른다. 우울증에게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나는 마음의 소중함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는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내 마음을 위해 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