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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Sep 27. 2023

정신과 약, 감정


다양한 약을 먹고 있다. 약을 먹는 나의 느낌은 어떤 기계에 탑승해있는 느낌이다. 기계 덕분에 나라는 존재가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차분하게 앉아있기, 일을 미루지 않기, 할일을 잊지않고 메모해두기, 필요할 땐 한 1~2시간 정도 집중하기, 들떠서 실수하지 않기, 잠들 때 불안감으로 괴로워하지 않기, 감정기복에 휘둘리지 않기... 이런 기능들을 기계가 대신 해준다.


나는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 바깥 세상과의 사이에서 렉이 걸릴 때도 있다. 잘 못알아듣거나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기계와 나 사이에 시간차가 생긴다거나...


때로는 감정이 너무 차분해서 과하게 진지해지고 말이 없어졌다는 느낌도 든다. 활기찬 모습이 없어졌다. 너무 그래서 스스로 우울증인가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것들을 봐도 가슴 벅차고 설레는 느낌이 별로 없다. 그리고 화도 잘 안난다. 예전같으면 하나하나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봤을 일에도 큰 느낌이 없다. 인생의 색깔이 10개 정도로 줄어든 느낌이다.


요즘 약간 고민을 하고있다. 증상이 많이 나아졌으니 몇몇 약들은 줄일 수 있는지 상담을 받아볼까 하고. 그러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크다. 나는 기계 없이도 잘 살 수 있을까? 기계가 주는 차분함, 안정감이 너무 커서 망설여진다.


나답다는건 뭘까.

나다움이라는 것과 잘 기능하는 '나' 중 어떤게 더 중요한걸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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