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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11. 2023

선택적 바보 아니면 회복?

지난주부터 300쪽, 200쪽, 110쪽 정도 되는 학위 논문들을 연달아 읽고 있다. 내가 일반 책도 아니고 논문을 읽다니...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나는 항상 내가 바보라고 생각해왔는데 난 선택적 바보였던걸까? 읽기 싫어서 안 읽고, 공부하기 싫어서 안 한걸까?


아니면 그동안 푹 쉬면서 회복이 된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신기할 뿐이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주어서인지도 모른다.


논문을 읽기 시작한건 대학원 연구계획서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였다. 명색이 박사과정인데 멍청해보이는 계획서를 보여주긴 싫었고, 어느정도 정리된 연구주제를 가져가야 허송세월하지 않고 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내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의 실마리를 잡았는데 나만의 연구 방향이 필요해서 목표를 갖고 관련 논문들을 찾아 읽고 있다.


내가 당연히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목표를 세운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난 수년간 나는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달성 못할 거라는걸, 나는 실패할 거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괜히 기대해서 후회를 더하긴 싫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강이나마 목표를 세워보았다. 내가 할 수 있다는걸 한번 믿어보고 싶어서. 그리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해나가고 있다.


당분간 내 안의 도전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겠다. 그동안 배운 방법들로 내 마음을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건... 설레지만 아직 낯설다. 밤하늘에 박힌 별 한점을 막연히 바라보는 느낌이다. 창 밖이 보이는데두꺼커튼으로 가려진듯한 기분이 든다. 두렵기도 하다.


나, 이대로 계속 해나갈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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