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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Nov 28. 2023

한알의 효과

식욕에 관해서는 콘서타보다 노르작에 더 의존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됐다. 이번에 콘서타는 계속 먹었는데도 식욕은 강도높게 올라왔다. 그러다 노르작을 먹기 시작하자마자 훅 떨어져서 지금은 다시 음식을 분필보듯 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콘서타만 먹을 때도 고용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식욕이 폭발하곤 했었다. 콘서타의 식욕억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우울증, ADHD약을 먹으면서 식욕과 다이어트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는건 웃긴 일이다. 하지만 폭식과 체중 증가는 우울증에 먹이를 주는 것과 같아서 신경을 안쓸 수 없다.


이제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최근 힘든 일이 있었지만 노르작 한알이 바로 내 기분을 들어올려줬다. 나를 찌르는 칼들에 신경을 덜 쓰고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조금 뻔뻔해진다는 느낌이랄까.


앤 타일러의 '종이시계'라는 책에 보면 외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화장을 하고, 요란한 가발을 쓰자 스스로를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고 편안하게 외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이 주는 효과도 비슷하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내 부모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도 막연해지고 과거의 기억이나 현실적인 상황, 미래의 불안같은 것도 좀 흐려진다. 현실과의 끈이 느슨해지는 만큼 이상한 감정들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유도 모르게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당당하다거나 하는.


약을 먹은지 6개월이 됐는데 '나아졌다'라는 느낌은 잘 모르겠다. 약을 안먹으면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안괜찮다. 약을 먹으면 어느정도 괜찮다.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있지만 내 멘탈이 강해졌다는 느낌은 그닥...


약은 계속 먹어야 하는 걸까.

약을 먹는 것에 특별한 불만은 없는데 (내가 아닌듯한 느낌을 제외하고...) 그래도 언제까지 먹어야 되나 싶고, 나는 언제쯤 더 강해져서 약이 필요없어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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