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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Feb 11. 2024

사랑이 달리다/사랑이 채우다


연휴 전날부터 야금야금 읽어서 오늘 끝마쳤다. 몇년 전에 읽었는데 다시 보고 싶어서 빌려온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30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나이 서른아홉이 멀게 느껴지던. 이번에 같은 나이로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에는 한곳을 빙빙 맴도는 것 같았던 삶이었는데 지금은 (주인공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달려가는 느낌이다. 직장도 다니고. 여러모로.


이 책을 진지하게, 다큐로 읽으려고 하면 즐길수가 없다. 주인공의 사랑이라는게 불륜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잣대를 내려놓지 않으면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오랜만에 보니 나도 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들이 있다. 불쌍한 성민이...)


그냥 소설 속 세계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한없이 가벼운 문체를 따라간다면 주인공 김혜나의 부나방같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대책없고 심각한 상황들을 경쾌하게 풀어나가는 스토리도 재미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사랑 이야기보다는 다른 것 때문에 좋아한다. 서른아홉에 처음으로 세상속으로 나와서 돈도 벌고, 미성숙하고 무능한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자립해가는 것. 그 과정을 겪어나가며 성장하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


오래전에 나는 아주 무능하고 돈도 벌어본 적 없는, 내가 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워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나만 한참 뒤쳐진 것 같고 서른에 처음 걸음마를 시도하는 것처럼 내가 너무 우스꽝스럽고 부끄러웠는데 그때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주인공의 밝은 에너지에서 힘도 얻고.


그리고 지금 직장도 생기고 그때보단 많이 나아진 상태에서 이 책을 다시 읽으니까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든다. 앞날이 막막하긴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고...



연휴가 끝나가는게 너무 슬프다. 그래도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안 읽어본, 새로운 책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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