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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03. 2024

사람이 은둔할수도 있지

지금 생각해보면 '앵무새죽이기'에도 은둔형외톨이가 한명 나온다. 스카웃은 그를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했다. 마지막에 스카웃을 구하려고 밖으로 나온 그를 집으로 배웅해주고 돌아오는 길, 스카웃은 처음으로 그의 관점에서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은둔형외톨이들을 어떻게 하면 집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레몬 사탕을 집까지 떨어뜨려 놓으면 사람이 개미처럼 집밖으로 나오게 될까...?


은둔형외톨이가 문제라고 보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례한 시선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한 사람의 인생이고 그 사람 나름의 삶을 견디는 방식이다. 밖으로 나와서 살아가는게 정상이야, 구해줘야돼, 도움이 필요해... 라는건 맞는 말이라도 틀린 말일 수 있다.


이쪽에서부터 사탕을 떨어뜨리는게 아니라 그 집 앞에서 반대로 이쪽을 바라보는게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곳에 서면 우리가 어떻게 보일까. 그곳에서 이곳으로 오려면 나는 어떤 길을 건너야 할까.


사회적 문제는 맞다. 하지만 문제화할수록 사람들은 더 숨어버릴수도 있다. 상처입은 동물이 몸을 숨기는 것처럼. 은둔형외톨이의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사나 인터뷰만 싣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좋겠다. 바깥세상에서랑 똑같이 고통도 있고 작은 기쁨들도 있는 안쪽세상의 삶을.


글쎄... 내 생각엔 사람이 은둔할수도 있다. 그러다 나올수도 있다. 이직할수도 있고 퇴사할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 사이의 길이 끊어지지 않게 안전망을 준비하면 된다. 길이 있으면 사람은 걸을 수 있으니까.


너무 시선을 집중하지 말고 길을 닦아줬으면 좋겠다. 조용히. 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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