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두번째 독서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크레마로 읽은 두번째 전자책이다.
브링리가 원래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미술에 관한 지식이 있었다면 더 흥미롭게 읽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했다.
브링리는 형의 죽음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현실을 견딜 힘이 없었고,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주던 미술관으로 도피한다. 그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하는 방법은 경비원 뿐이었고, 그는 주저없이 경비원으로 지원한다.
미술관에서 하루 8~9시간을 서서 근무한다는건 누군가에겐 단순한 일이겠지만, 브링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사색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았다. 그는 그곳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매일 명상과도 같은 근무를 반복하고, 형의 죽음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나에게는 이 여정 자체가 울림이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시간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가져도 된다는 것, 원래 전공이나 커리어와 전혀 관계없는 쪽으로 인생을 틀어도 괜찮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자신의 마음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브링리의 모습이 멋있어보였다.
이 책에서 또 감명깊었던 부분은 미켈란젤로에 관한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 미켈란젤로와 그의 제자들은 그날 하루 완성해야할 부분의 밑작업을 했는데, 이걸 이탈리아어로 조르나타('하루의 일'이라는 뜻)라고 한다고 한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도 결국 이 조르나타가 모인 모자이크같은 작품이라고. '천지창조'의 아담은 조르나타 네 개... 그렇게 세다보면 미켈란젤로가 그 천장에서 570일을 보낸걸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도 좋았다. 하루의 일들이 모여서 결국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 책도 브링리의 아픔, 즐거움, 실패, 성공... 무엇이든 하루의 일들이 모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내 인생도 그럴 것이다. 이 독후감도 하나의 조르나타가 되겠지.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고 나 자신도 미술관 안에서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