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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14. 2019

새들의 이야기


 ‘우화’는 인간 이외의 동물 또는 식물에 인간의 생활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꼭 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행동 속에 교훈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옛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 중에 새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왜 새일까? 옛 사람들은 날개가 달린 짐승인 새는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사람이나 날개가 없는 짐승들이 할 수 없는 온갖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령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에서 주술사들이나 영매를 새에 비유하기도 했다.

 흰 비둘기와 같이 하느님의 뜻인 성령을 전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새도 있고, 날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을 사용해서 옮기지 말아야 할 말을 옮김으로써 세상을 혼란하게 만드는 인간에 대한 풍자도 새가 맡았다. 

 높이 나는 새, 낮게 나는 새, 작고 빠른 새, 크고 무거운 새,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 새는 어떤 동물보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새들의 이야기 중에 누가 새들의 왕인지를 가리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새들의 다양한 면면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제시하고, 사람에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오직 지금을 살며 행복을 경험할 뿐인 작은 철학자, 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새들의 왕


 ‘새들의 왕’ 하면 보통 독수리를 떠올리지만 여기, 독수리와는 상대도 안 되는 작은 굴뚝새가 ‘새들의 왕’이 된 이야기가 있다. 무슨 수로도 독수리는 못 된다 싶은 사람이라면 굴뚝새 승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옛날에 굴뚝새와 두루미가 해가 어디서 뜨는지에 대해 내기를 했다. 이기는 쪽이 ‘새들의 왕’이 되기로 했다. 두루미가 먼저 자신 있게 서쪽으로 이동했고, 굴뚝새는 주춤하며 서 있었다. 이때 동쪽에서 붉은 해가 두둥실 떠올랐다. 태양 빛을 받은 굴뚝새는 위엄 있게 보였다. 새들은 자기들 보다 몸집이 작은 굴뚝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왕이시여.’ 하고 인사했다. 굴뚝새는 잘 몰라서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인데 두루미보다 더 동쪽에 있었으므로 내기에서 이겨 결국 새들의 왕이 되었고 지혜롭게 새들의 왕국을 잘 다스렸다는 이야기다.

 굴뚝새는 참새목 굴뚝새과의 텃새로 10cm내외의 작고 둥근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름대로 굴뚝에서 금방 나온 것 같이 거무튀튀한 갈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고 예쁜 색깔의 새들에 비해 덩치가 작고 누추한 외모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 굴뚝새가 이야기의 소재로 특히 좋은 힘을 가진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생활 습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작고 누추한 외모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굴뚝새는 추운 겨울에도 홀로 활기차게 살아가는 대견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환경을 찾아내고 적응하는 강한 생활력을 보인다. 짝을 찾을 때는 적극적인 열정을 발산하며 세레나데를 부르며 왜소한 체구에 화려하지 않은 모습으로 조금도 기가 꺾일 줄 모르는 높은 자존감을 과시한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끊임없이 노래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누가 우리의 왕인가?


 새들이 자기들의 왕을 뽑기로 했다. 모두 찬성하는데 푸른 도요새만이 이 의견에 반대했다. 푸른 도요새는 늘 자유롭게 살아왔기 때문에 왕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았고 죽을 때 까지 그렇게 살기를 바랬다. 푸른 도요새는 높이 날아 황량하고 쓸쓸한 곳으로 가버렸고 다시는 동료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5월의 아침, 푸른 도요새를 제외한 숲과 들의 모든 새들은 왕을 뽑기 위해 모여들었다. 독수리와 푸른머리되새, 부엉이와 까마귀, 종달새와 참새……. 이름을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들이 모였다. 뻐꾸기도 친구인 후투티와 함께 찾아왔다. 이름 없는 한 작은 새도 왔는데, 그 새는 모든 새들과 친했다. 

 수풀 속에 앉아있던 청개구리가 가장 높이 나는 새를 새들의 왕으로 뽑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새들은 각자 자기 능력과 입장대로 반응했다. 

“좋아, 난 아주 높이 날 수 있지. 새들의 왕은 당연히 내가 될 거야.”

 얼룩민목독수리는 기세가 등등했다.

 이 말을 들은 인도기러기와 수염수리는 자신들도 충분히 왕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안 돼, 안 돼!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높이 나는 자신이 없는 붉은부리까마귀는 높이 나는 것 보다 낮게 날아서 세상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능력이 새들에게 훨씬 이로우며 그런 새가 왕이 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얼마만큼 높이 날 수 있는지 또는 낮게 날아서 자세히 볼 수 있는지 모르는 새들은 어디에 서는 것이 좋을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신호가 떨어지고 모든 새들은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먼지와 함께 ‘홱, 푸드덕’ 하며 힘차게 날개 치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마치 먹구름 떼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이름 없는 작은 새도 뒤따라 출발했다. 붉은부리까마귀와 오리들과 대부분의 새들은 멀리까지 날아오르지 못하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서 날개를 접고는 고개를 들어 다른 새들의 경주를 구경했다. 

 덩치가 큰 새들은 좀 더 멀리 날아올랐지만 그래도 독수리만큼은 날아오르지 못했다. 독수리는 해님의 눈을 찌를 수도 있을 만큼 높이 날았다. 다른 새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알고 독수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힘들게 더 올라갈 필요가 없잖아? 내가 이제 왕인걸.’

 독수리가 내려오기 시작하자 아래에 있던 새들이 독수리를 향해 외쳐댔다. 

“당신이 우리의 왕이요! 아무도 당신보다 높이 날 수 없습니다.”

그 때 독수리의 가슴깃털 속에서 이름 없는 작은 새가 쏙 나오면서 말했다.

“내가 있지.”

  그 작은 새는 독수리에게 숨어서 자신의 힘으로 날지 않았으므로 하나도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이 올랐을 때, 독수리조차 보지 못한 옥좌에 앉아계신 하느님까지 보았다. 그리고 밑에 있는 새들을 향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왕이다! 내가 왕이다!”

“네가 우리의 왕이라고?”

새들은 화가 치밀었다.

“네가 그렇게 높이 날 수 있었던 건 네 힘이 아니라 순전히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야.”

 새들은 왕을 뽑기 위한 조건을 다시 내걸었다. 이번에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땅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새를 왕으로 뽑기로 했다. 가슴이 넓적한 거위는 땅을 뚫고 들어갈 수 없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수탉도 흙을 빨리 파헤치지 못했다. 뒤뚱뒤뚱 오리도 투덜거리며 돌아섰다. 그러나 이름 없는 작은 새는 작은 쥐구멍 하나를 찾아내 그 속으로 쏙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러고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또다시 외쳤다.

“내가 왕이다! 내가 왕이다!”

“뭐? 네가 또 우리의 왕이라고?”

새들은 또다시 속임수를 쓰는 이름 없는 작은 새에게 한층 더 화가 치밀었다.

“너의 그 속임수가 통하리라고 생각해?”

 화가 난 새들은 작은 새를 그 구멍 속에 가둬서 굶겨 죽이기로 했다. 그리고 작은 새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부엉이를 문지기로 결정했다. 부엉이는 목숨을 걸고 그 얄미운 악당을 감시해야 했다. 낮에 기운을 다 쓴 새들은 새끼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중요한 임무를 맡은 부엉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쥐구멍을 지켜야 했다. 그러는 동안 부엉이도 졸음이 쏟아졌다. 부엉이는 좋은 생각을 해냈다. 

‘한쪽 눈만 감는 거야. 나머지 한쪽 눈으로 지키면 되니까. 그러면 한쪽 눈은 쉴 수 있고 저 악당은 구멍에서 빠져나올 수 없겠지.’

 부엉이는 한쪽 눈을 감고 다른 한쪽 눈으로 구멍을 노려보았다. 작은 새가 머리를 밖으로 내밀면 부엉이가 그 즉시 막아섰고, 작은 새는 다시 구멍 안으로 쏙 숨어 버렸다. 부엉이는 다른 한쪽 눈을 감고 감았던 눈을 떴다. 밤이 다 새도록 이런 행동을 되풀이하던 부엉이는 그만 한쪽 눈을 감고 나서 다른 쪽 눈을 뜨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두 눈이 다 감기는 순간 부엉이는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이것을 눈치 챈 약삭빠른 작은 새는 재빨리 구멍에서 빠져나와 날아가 버렸다.

 그 이후 부엉이는 낮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다른 새들의 눈을 피해 밤에만 날아다니게 되었다. 이름 없는 작은 새도 잡히면 목이 달아날 것이 무서워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산울타리를 살금살금 드나들다가 혹 안전하다고 여겨지면 가끔씩 이렇게 외쳤다.

“나는 왕이다!”

 이 때문에 다른 새들은 그를 ‘산울타리 왕’이라고 놀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종달새였다. 종달새는 밤의 부엉이에게도 산울타리 왕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해님이 떠오르면 종달새는 하늘로 날아올라 이렇게 노래할 뿐이었다.

“아, 온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다! 

정말 아름다워!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 온 세상이 정말로 아름답다!“




살아남는 방법


 아빠참새가 새끼 네 마리와 함께 둥지에서 살고 있었다. 새끼 참새들이 나는 법을 미처 배우지도 못했을 때 어떤 못된 아이들이 둥지를 망가뜨렸고, 새끼들은 모두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갔다. 아빠참새는 세상의 많은 위험들에 관해서 미처 주의를 주지도 못하고,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도 전에 새끼들이 세상으로 휩쓸려 간 것이 걱정이 되었다.

가을이 되자 많은 참새들이 밀밭으로 몰려왔고, 아빠참새는 거기에서 네 마리의 새끼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빠참새는 기뻐하며 새끼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아빠참새는 아들참새들이 어디에서 여름을 보냈으며 어떻게 먹이를 구했는지 물었다.

첫째는 정원에서, 둘째는 궁전에서, 셋째는 시골길에서 각각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했고, 아빠 참새는 그 이야기들을 듣고 위험할 수 있는 점들을 일러주며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막내참새가 말했다.

 "사랑하는 아빠, 다른 사람한테 해를 입히지 않고 먹이를 구하는 사람은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을거예요. 만약 매일매일 하느님께 감사하고, 정직하게 얻은 음식을 숲과 마을에 있는 모든 새들의 창조자이며 수호신이신 자비로운 하느님의 은혜로 돌린다면, 새매도, 부엉이도, 독수리도, 솔개도 해를 입히지 못할 거예요. 하느님은 어린 까마귀의 비명과 기도도 들어 주시는 분이예요. 왜냐하면 참새 한 마리도, 굴뚝새 한 마리도 그분의 뜻을 거슬리고 세상에 내려온 것은 없기 때문이지요."

 "그걸 어디서 배웠느냐?"

 "돌풍에 실려 아빠와 헤어졌을 때, 저는 교회로 떨어졌어요. 저는 교회 창문에서 파리와 거미를 쪼아 먹으면서 설교 가운데 그런 말을 들었어요. 더군다나 모든 참새들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여름 동안 저를 먹여 주고 불행과 사나운 새로부터 지켜 주셨어요."

 "내 귀여운 아들아! 만약 네가 교회에 안식처를 구하고 거미와 윙윙 대는 파리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리고 만약 네가 어린 까마귀처럼 하느님을 찬양하고 영원한 분께 너를 맡긴다면, 비록 온 세상이 난폭하고 악독한 새들로 넘치고 있다 하더라도 너는 평화롭게 살 것이다.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숭배하는 사람,

고통 받고, 섬기고, 온유하고, 기도하는 사람,

믿음과 깨끗한 양심을 지키는 사람,

하느님은 그런 사람을 근심 없게 지켜 주시느니라.“


 집 앞에 있는 몇 그루 나무에 새들이 어찌나 많이 날아드는지 주고받으며 노래하는 분주한 새들의 아침열기에서 캐논을 떠올린다. 

연결고리에 의해 상승하며 영원히 반복되는 캐논을 오늘의 배경음악으로 걸어본다.

복잡한 변주에도 흔들리지 않을 내 안의 주제부를 의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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