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는 객실마다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시오) 카드와 please make up room(청소해 주세요) 카드가 비치되어 있다. do not disturb를 줄여서 d.d라고 하는데 d.d는 고객이 쉬는 동안이나 외출 시에 정비하기 위해서 노크를 하는 등 일체의 방해를 하지 말아 달라는 표시로 문 입구에 걸어둔다.
처음 호텔 정비를 할 때 내가 배당받은 객실 문에 d.d카드가 걸려있으면 아주 좋아했다. 합법적으로 정비를 안 해도 되는 것이고 일이 줄어드니까 말이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메이드들이 좋아하는 표시였다. 보통 혼자서 속으로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료들한테 d.d라고 자랑하면서 드러내놓고 좋아하기도 했다.
초보 메이드 생활에 적응할 무렵 d.d가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진정한 메이드가 되어갔다. 오늘 d.d가 걸려서 청소를 안 하게 되면 내일 out청소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이다. 어떤 객실의 경우 며칠씩이나 d.d를 걸었다가 퇴실하게 되면 그 방은 그날 객실 중에 대단히 신경 써서 정비해야 할 요주의 대상이 되곤 했는데, 그날 그 방 담당은 d.d.라고 좋아라 했던 날들은 잊어버리고, 차라리 매일 Make up 하는 게 낫다며 툴툴거린다.
처음엔 make up은 일해야 할 방, 즉 일로 보이고, d.d. 는 일 안 해도 될 표시, 즉 쉼으로 여겨졌다면 이젠 둘 다 장단점이 있게 보인다. make up이 걸리면 즉시 정비를 요청하는 표시이기 때문에 일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빨리 해버리면 관리하기가 수월해서 잊어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d.d. 와 make up은 일상에도 적용된다.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는 점이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행동하는 찰나 찰나에 깨어있어서 에너지의 순환을 원활하게 잘 한 날은 make up 정비를 깔끔하게 잘한 것과 같은 상쾌함이 있다. 이런 날은 다음 날에 대한 부담도 적고 그날그날의 먼지와 앙금을 잘 씻어낸 기분이다. 고집스러운 자의식으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의 흐름이 정체되어 몸과 마음이 찌뿌둥한 날은 d.d. 팻말이 걸려서 정비를 못한 날이다.
d.d. 가 걸리면 앗싸! 하면서 좋아했던 어린 날은 가고 조금 고되더라도 매일매일의 성실한 make up으로 그날그날을 잘 마무리하고 가는 편이 낫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고한 몸에 편안한 마음이 깃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