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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Nov 16. 2019

청소가 너희를 몸짱 되게 하리라

 

 '빠삐봉 정봉주의 맨손 헬스'라는 부제가 붙은, 찬란한 제목, <골방이 너희를 몸짱 되게 하리라>는 정봉주가 쓴 책의 제목을 패러디해 보았다. 정봉주의 이 책은 1평도 채 안 되는 감옥에서 몸을 만든 실제 경험을 운동 프로그램으로 엮은 것이다.

 그의 표현으로는 좁은 독방에 갇혀서 한 번 정신 줄을 놓기 시작하면 좌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무기력증과 회의의 늪에 빠지게 되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감옥의 외로운 공포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세계, 즉 몸짱이 되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몸을 만든 수많은 책이나 스토리가 있지만 정봉주의 감방 헬스는 주제 면에서 내게 단연 베스트다. 가장 고통스러운 공간으로 상징되는 감방에서 사람들이 가장 욕망하는 그러나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몸짱이 되었으니 과연 유쾌한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살면서 몸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때가 있다. 

 젊었을 때는 무조건 날씬해져서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면 지금의 몸에 대한 관심은 생존에 더 가깝다.

 건강에 대해서 자신하던 청년기에서 올여름 과중한 일로 허리에 무리를 느끼면서 척추를 곧게 세우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 척추를 감싸고 있는 근육을 각별히 의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척추에 대해 찾아보면서 척추를 감싸고 있는 척추 기립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척추 기립근은 척추를 따라 길게 뻗어있는 근육으로 나이가 들면서 중력의 영향으로 약해지는데 따른 운동을 해주지 않으면 자세가 굽어지고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다칠 수도 있고 하는 중요한 근육이다. 목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연결이 되어있으니 얼마나 중요한 근육이란 말인가!

 지난주에 견갑골의 존재를 뼈저리게(정말 뼈 자체가 저리게!) 느끼고 견갑골을 의식하면서 15년 만에 마사지도 받아보고 행주좌와 견갑골 생각이었다면 이번 주에는 척추 기립근을 의식하면서 반듯한 자세를 유지해 볼 생각이다.

 육체노동을 하면서 근골격의 통증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러한 몸의 신호를 적극적으로 알아차리고 집중적으로 관리해 주면 신기할 정도로 곧장 효과가 나타난다.

예전에... 목이, 어깨가, 등이, 허리가 아플 때, 무리하게 몸을 써서 그렇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파스를 붙이고 일찌감치 드러누워 쉬는 것에 의존했던 것이 얼마나 나약하고 소극적인 대처였던가를 생각한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근육들, 살아있는 동안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 일상적으로 하는 활동이지만 보다 의식을 집중하면서 몸에 대한 소중함과 활력,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오늘의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내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샘솟는다. 나에게 청소 일은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 대단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보다 젊을 때는 애플힙이나 잘빠진 팔다리에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도 물론 그렇긴 하지만) 중년 여성으로서 건강한 노년까지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싶은 몸은 반듯한 자세이다.

 반듯한 자세에 대해 그러려니 했다면 요즘은 척추를 반듯이 세우고 어깨와 골반이 편안하게 연결되어 균형 잡힌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의 기품 있는 당당함에 욕망을 느낀다.

 추워지더라도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면서 거북이 마냥 움츠러들지 말고 우아한 워킹을 견지하자.

바른 몸. 바른 생각. 바른생활        


 퇴근을 하고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했다. 잘 먹고 잘 살아보려는 의지로 무거움을 견디면서 양손 가득 들고 왔다. 오늘 산 것들은 다음과 같다.

전자레인지용 용기 (도시락을 싸기 위한 용도. 가격도 저렴하고 디자인도 이쁜 데다 빨강색이다)

전자레인지용 달걀 반숙기 (위의 전자레인지용 용기와 같은 디자인)

우엉차, 돼지감자차, 캐모마일차 (겨울용 차 3종 세트)

죽염 재래김 (도시락용 소포장)

혼밥족을 위한 간편 미역국 (바지락 맛)

흰 강낭콩 (포장지에 무병장수라고 쓰여있다. 삶아서 샐러드나 수프에 넣을 용도)

지리멸치 (주먹밥 용)

손질 브로콜리 (데쳐서 버터에 볶을 것)

간편 양배추와 적채

토마토

삶은 옥수수

오곡 참깨 드레싱

달걀 6알 (통이 예뻐서)

명란젓 (32%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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