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정옥 May 08. 2021

브런치 카페에서 짧은 소설쓰기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행동에 대하여

"네가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뭐 어떤거? 세계 여행? 발레? 이런 거?"

"그런것도 좋고, 그보단 더 지금 당장도 실현 가능한 거. 당장 시도했을 때 만족감도 높고, 생산성도 있는 것."

"너부터 말해봐. 난 당장 생각이 안나."

"난 브런치 카페에 가서 짧은 소설을 하나 쓰는거야."

"음... 괜찮은데?"

"한 3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동네 카페에 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가벼운 면 티셔츠와 스커트를 입고, 노천카페에서의 날씨 변화에 대비한 가디건과 스카프를 준비해. 노트북을 챙겨서...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지는 모든 것을 세심하게 관찰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나무들의 솟아오름, 해마다 보아온 꽃들이지만 뭐 이렇게까지 예쁜까 싶은 알록달록한 꽃들, 하천의 흐르는 물소리, 길게 v자 물살을 만들어내며 헤엄치는 오리,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조각상 처럼 서있는 왜가리와 인사해.

카페 직원에게 왠지 친절하게 인사를 하게되지. 양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가격이 비싸지도 않은 기본 브런치 세트를 주문해. 음료는 기본 아메리카노여야 하지만 사이즈가 있다면 톨은 안되고 레귤러여야하지.

따뜻한 햇살과 가끔씩 살랑이는 바람이 내가 쓰는 글이 궁금해서 어깨 위로 내려다보겠지.

나는 떠오르는대로 뭔가 써 내려갈거야.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쳤을 아이에 대해 유심히 보아둔 옷차림을 떠올릴테고, 아이 엄마의 양육 태도도 떠오르겠지. 오리와 왜가리도, 나무도, 꽃도, 물살도 모두 글로 표현해보기 위해서 분투해. 이 평화를 깨뜨릴 어떤 사건을 떠 올려야겠지. 그래야만 이야기는 시작되니까.

그 아이와 엄마를 주인공으로 해서,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거나 엄마를 나쁘게 만들거나, 어쨌든 평화를 깨뜨리기 위한 요소를 끌어들여서 갈등을 만들어내. 이까지해놓고 이제 어떻게해야 될지 잘 모르게 될거야.

내가 뭐하는거지?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1초 있을거야. 그래도 밀고나가야 해. 어찌어찌해서 이야기를 흘러가게 만들고, 결국 끝을 내는거야.

이렇게 2,500자 짜리 엽편 소설 하나를 쓴다면 난 몹시 행복해질거야. 이 글로 당장 돈을 벌 수 없다해도 그 성취감으로 인해 왠지 아까운듯도 한 브런치 값과 만끽한 여유에 대한 보상도 스스로 주어질테고."

"좋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네. 구체적인 그림이 있으니까 더 좋아보여."

"내가 이 구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넣게 된 영상이 있어. 소개해줄 테니까 한번 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프랑스 몽마르뜨에서 산책을 하며 카페에서 글을 쓰는 짧은 영상인데, 이걸 보면서 몽마르뜨에 정말 가고 싶었지. 작가도 되고 싶었고... 몽마르뜨에도 못가고, 작가가 될 수 없다해도,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글을 쓰는건 할 수 있잖아.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맞아. 제한이 많은 상황일수록 나중에, 언젠가, 준비가 되면, 그 때가 되면 하겠다는 장대한 목표를 세우게 되지만, 더 현명한건 지금 당장,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면서 사는것 같아."

"영상 보냈어. 한번 봐."

"어, 고마워."

(31) EBS 스페셜 프로젝트 - REALTIME 영감의 순간 1부- 박칼린,베르나르 베르베르,김윤아_#002 - YouTube


미니수퍼 스톱모션 > 브런치만들기 스톱모션

(31) �브런치 만들기 스톱모션 | Brunch Making Stopmotion - YouTube

작가의 이전글 봄의 찻집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