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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Jun 02. 2021

매일 조금씩 쓰는 독서 노트

버트런드 러셀 『과학이란 무엇인가』 ➂

3. 생물이 진화한다는 발상

-진화론          



 과학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반대 순서로 발전해왔다. 우리 자신과 가장 먼 것이 법칙의 영역 안으로 제일 먼저 들어왔고, 이어서 가까운 것들이 차례로 그 뒤를 따랐다. 처음에는 하늘, 그다음에는 지구, 그다음에는 동물과 식물, 인간의 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은 매우 불완전하지만) 인간의 마음. -p69     

 과학이 발전해온 순서를 읽으면서 빛과 어둠, 하늘과 땅, 바다, 모든 생물들이 생긴 후 마지막으로 사람을 창조한 창세기 1장이 떠올랐다. 동물과 식물 다음으로 인간. 으로 끝나지 않고, ‘인간의 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은 매우 불완전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라고 쓴 것이 인상적이었고, 큰 울림이 있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다음으로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베푸셔서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이 나오는데, 이 대목이 연상이 되었다. 몸이 있으되, 마음은 아직은 매우 불완전한 단계라는 것,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기 위해 마음이 성장해야 하고, 그것은 하나님이 베푸신 복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코페르니쿠스 체계가 승리한 후 신학적 편견과 대적해야 했던 것처럼 다윈주의는 신학에 강력한 타격을 주었다. 세상은 신이 창조했다는 세계관이 지배적인 시대에 등장한 진화론 역시 신앙인들의 마음을 괴롭히는 학설로 오랜 세월 갈등을 야기했다. 다윈주의는 종의 고정성을 비롯해 창세기가 주장하는 많은 창조 행위를 버리도록 만들었고 생명의 기원 이후 시간의 경과를 가정할 필요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그리스도교 정통 신앙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충격적이었다. -p91

 종의 기원이 나온 이듬해인 1860년, “자연선택의 원리는 신의 말씀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과 규탄이 나왔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걱정하지 않았고, 동식물종의 진화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공식학설로 인정받았다. -p93     


 진화론은 동물과 식물이 유전이나 변이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다는 이론으로 주로 지질학을 통해 생물학에 유입되었는데, 이 이론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대가 오래되었다고 할 때 우리가 으레 떠올릴 법한 어떤 사실들은 대체로 확실하다고 여겨지기 마련인데, 형태가 단순한 생명체가 더 먼저 출현하고, 복잡한 생명체일수록 그보다 더 나중에 출현했으리라는 것이 그중 하나다.

 둘째, 더 나중에 출현했고 고도로 조직화된 형태는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변형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의 초기 형태로부터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은 특히 생물학에서 ‘진화’가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셋째, 아직까지는 결코 완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진화의 기제, 즉 변이의 원인, 그리고 어떤 유형의 생명체들이 다른 유형의 생명체들을 희생시키면서 살아남는 현상의 이유에 관한 연구다. 진화에 관한 일반적인 학설은 그 기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윈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그가 자연선택, 즉 진화의 개연성을 높여주는 기제를 제안했다는데 있다. 과학자들도 완전히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제안은 여전히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p87~88      


 성장을 낳는 바로 그 법칙들이 동시에 쇠락을 낳는다. 언젠가는 태양도 식을 것이고,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동식물이 존재한 시기 전체가 너무 뜨거웠던 시기와 너무 추워질 시기 사이의 막간에 불과할 뿐이다. 우주적 진보라는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에너지의 확산에 따라 천천히 하향하며, 아래위로 움직이며, 균형을 맞추는 진동만 있을 뿐이다. 적어도 이것이 과학이 현재 가장 개연성 있다고 여기는 것이며, 환상을 품지 않는 우리가 세대가 믿을 만한 내용이다우리가 가진 지식에 비추어볼 때 궁극적으로 진화해서 그 어떤 낙관적인 철학도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추론해낼 수 없다. -p96     

 3장. 진화론의 마지막 단락이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지구를 표현한 ‘창백한 푸른 점’이 떠 올랐다.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서 과학 책을 읽는 것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이런 점이다. 무한 긍정의 장밋빛 낙관론, 환상의 거품, 인간적 교만을 경계하고 끝없는 겸손 속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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