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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Jun 24. 2022

새아침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토도독 토도독 청량감있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아침에는 참새 두마리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어제와는 다른 날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것을 알아차리느냐 알아차리지 못하느냐로 그 날 하루는 달라진다.

어제와 별 다를바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어제와는 다른,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마음 속 눈금 하나의 차이는 하루를 보내면서 그 간격이 점점 커져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다준다. 

바쁜 작업이 끝나고나면 읽으려고 모니터 옆에 세워둔 단편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를 꺼내들었다.

바쁜 작업이 끝나고나서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열다섯 꼭지를 읽는 것 보다 바쁜 작업 중간 중간에 한 꼭지씩 읽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보르헤스의 작품부터 읽기로 했다. 

'모든 걸 기억하는 푸네스'

"나 혼자 지닌 기억이 아마 이 세상이 생겨난 이후 모든 인류가 가졌을 기억보다 더 많을걸요."

푸네스는 고도로 발달한 이성 때문에 어떤 것도 잊을 수 없어서 괴로운 소년이다.

보르헤스는 푸네스의 아무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통해 망각의 유용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오늘, 새롭게 차오르는 야망은 그 때의 실수, 회한, 비통함의 기억이 더 이상 생생하지 않고 무뎌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오늘의 야망은 그 때의 망각의 선물'이라는 한줄 메모를 단정하게 남기며, 결국 반성으로 마감될 하루임을 예견하면서도 오늘의 야망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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