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토도독 토도독 청량감있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아침에는 참새 두마리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어제와는 다른 날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것을 알아차리느냐 알아차리지 못하느냐로 그 날 하루는 달라진다.
어제와 별 다를바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어제와는 다른,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마음 속 눈금 하나의 차이는 하루를 보내면서 그 간격이 점점 커져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다준다.
바쁜 작업이 끝나고나면 읽으려고 모니터 옆에 세워둔 단편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를 꺼내들었다.
바쁜 작업이 끝나고나서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열다섯 꼭지를 읽는 것 보다 바쁜 작업 중간 중간에 한 꼭지씩 읽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보르헤스의 작품부터 읽기로 했다.
'모든 걸 기억하는 푸네스'
"나 혼자 지닌 기억이 아마 이 세상이 생겨난 이후 모든 인류가 가졌을 기억보다 더 많을걸요."
푸네스는 고도로 발달한 이성 때문에 어떤 것도 잊을 수 없어서 괴로운 소년이다.
보르헤스는 푸네스의 아무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통해 망각의 유용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오늘, 새롭게 차오르는 야망은 그 때의 실수, 회한, 비통함의 기억이 더 이상 생생하지 않고 무뎌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오늘의 야망은 그 때의 망각의 선물'이라는 한줄 메모를 단정하게 남기며, 결국 반성으로 마감될 하루임을 예견하면서도 오늘의 야망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