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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01. 2024

읽기 근육을 단련시키는 베껴 쓰기 연습법

-송숙희 <돈이 되는 글쓰기의 모든 것>


 이 글은 송숙희 작가의 <돈이 되는 글쓰기의 모든 것 |지금 배워 100살까지 써먹는 일과 삶의 진짜 무기 > 중 '읽기 근육을 기르는 베껴 쓰기 연습법' (337쪽-345쪽)의 내용을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읽기 능력을 기르는 베껴쓰기 연습법


 베껴 쓰기는 최상의 읽기 훈련이다. 

 일일이 손으로 쓰면서 읽기 때문에 집중하여 읽는 습관을 들인다. 

 베껴 쓰기는 최고의 쓰기 연습이다. 

 잘 쓰인 글을 일일이 옮겨 쓰다 보면 의도한 아이디어를 메시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운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내용을 구성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방법들을 체득한다.

 베껴쓰기는 주의를 집중하여 읽는 연습이자 다른 이의 잘 쓴 글을 모방함으로써 글을 잘 쓰게 되는 신통한 비법이다. 

 베껴쓰기를 연습한 것으로 읽기와 쓰기까지 잘하게 된다. 



베껴 쓰기 할 글 고르기


 베껴 쓰기 연습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베껴 쓰기 할 글을 고르는 것이다.

 '잘 쓴 글'이 아니라 '제대로 쓰인 글'을 골라야 한다.

 '일간지 논설위원이 쓴 1,500자 내외의 칼럼'을 적극 추천한다. 

 신문사 논설위원이 쓴 칼럼은 누구나 읽기 수월한 대중적인 글쓰기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종이 신문에서 칼럼을 골라 베껴 쓰기를 권한다. 그래야 단락 중심의 글쓰기를 배우기 좋다. 



베껴쓰기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들


1. 베껴 쓰기 + 요약하기

베껴 쓰기를 한 다음 내용을 요약한다.

1,500자 칼럼을 100자 이내로 요약한다. 

사실적 이해력과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 이를 추려 정리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2. 베껴 쓰기 + 내 식대로 다시 쓰기

 신문 칼럼은 베껴 쓰기 한 다음 그 내용을 내 언어도 다시 써 본다. 

 아이디어는 그대로이되 전개방식이나 문장표현은 내 식대로 내 언어로 표현한다.

 핵심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내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깊은 이해에 도달한다.


3. 베껴 쓰기 + 배경지식 정리하기

 신문 칼럼은 다양한 배경지식으로 설득력을 높인다.

 베껴 쓰기 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지식이나 호기심을 갖게 된 정보들을 따로 정리한다.

 제목과 설명의 포맷으로 자료를 정리해 두면 내 글을 쓸 때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4. 베껴 쓰기 + 내 것 만들기

 베껴 쓰기를 하면 내용을 더 확실하게 더 깊게 이해하는 한편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된다. 

 이것을 글로 써보라.

 원문에 대한 나의 생각, 느낌을 다룬 한 편의 다른 글이 탄생한다. 

 베껴 쓰기가 최고의 읽기 연습이며 최상의 쓰기 연습임을 실감하게 된다.



읽기 능력을 기르는 베껴 쓰기 연습법


개요 -글 한편을 그대로 옮겨 쓴다.

왜 -잘 읽히는 글의 감각과 안목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언제 -매일 편한 시간에

어디에 -워드파일 또는 SNS에

무엇을 -논설위원이 쓴 1,500자 분량의 칼럼

방법 -의미 단위로 외워 옮겨 쓴다.

주의사항 -출처와 필자 이름 꼭 밝히기



 

 송숙희 작가님께서 베껴 쓰는 글로 강력하게 추천하신 신문 칼럼을 잠시 미뤄두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굴튀김 이야기>를 베껴 써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 실린 1,500자 정도 분량의 '굴튀김 이야기'가 떠올랐고, 오래전에도 한번 베껴 써 보았을 만큼 좋아하는 글이라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베껴 써 보고 싶었다. 


 베껴 쓰기를 먼저 하고 책 요약정리 글을 나중에 썼는데, 역시 베껴 쓰기는 좋았다. 어떤 면에서 좋았는고 하니, 오래전에 이 글을 읽을 당시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과 옷차림과 글쓰기와 달리기와 모든 취향에 매료되었던, 이렇게 짧다막 하면서 매력 넘치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던 청춘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대신 <돈이 되는 글쓰기의 모든 것>을 집어 들고 있다. 

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다! 

여하튼 이 책 덕분에 청춘의 내가 사랑했던 글 한편을 소환했고, 연결했다.



굴튀김 이야기


 추운 겨울날의 해 질 녘에 나는 단골 레스토랑에 가서 맥주(삿포로 중간 병)와 굴튀김을 주문한다. 그 가게에는 다섯 개짜리 굴튀김과 여덟 개짜리 굴튀김, 이렇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정말 친절하다. 굴튀김을 많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는 큰 접시를 내어준다. 조금만 먹어도 되는 사람에게는 굴튀김 작은 접시를 내어준다. 나는 물론 여덟 개짜리 굴튀김을 주문한다. 오늘 나는 굴튀김을 배불리 먹고 싶으니까.

 굴튀김에는 잘게 썬 양배추가 푸짐하게 곁들여 나온다. 달착지근하고 신선한 양배추다. 원하면 추가로 주문할 수도 있다. 추가 요금은 오십 엔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나는 정말로 굴튀김 그것이 먹고 싶어서이지 곁들여 나오는 양배추를 먹으러 온 게 아니니까. 처음에 수북이 담아준 양만으로도 충분한다. 내 접시 위의 튀김옷에서 아직도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작지만 아주 멋진 소리다. 내가 보는 앞에서 주방장이 막 튀겨냈다. 큼지막한 기름 냄비에서 내가 앉은 카운터 자리까지 옮기는데 불과 오 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예를 들어 싸늘한 해 질 녘에 갓 튀긴 굴튀김을 먹는 경우에는-속도는 큰 의미를 가진다.

 젓가락으로 그 튀김옷을 둘로 툭 자르면, 그 안에 굴이 여전히 굴로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겉보기에도 굴이고, 굴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빛깔도 굴이요, 형태도 굴이다. 그것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깊은 바닷속에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밤낮도 없이 단단한 껍데기 속에서 굴다운 것을(아마도) 생각하며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접시 위에 있다. 나는 무엇보다 내가 굴이 아니고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 기름에 튀겨 양배추 옆에 누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내가 일단 윤회전생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다음 생에 굴이 될지도 모른다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것을 차분하게 입으로 가져간다. '튀김옷'과 굴이 내 입 안으로 들어간다. 바삭한 튀김옷을 씹을 때의 감촉과 부드러운 굴을 씹을 때의 감촉이 당연히 공존해야 할 식감으로 동시에 감지된다. 미묘하게 뒤섞인 향이 축복처럼 입 안에서 퍼져나간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나는 굴튀김이 먹고 싶었고, 그리고 이렇게 여덟 개짜리 굴튀김을 음미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짬짬이 맥주까지 마실 수 있다. 그런 것은 한정된 행복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당신은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최근에 내가 한정되지 않은 행복을 맛본 게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한정되지 않은 것이었을까?

 나는 생각해 본다. 그러나 결론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얽혀 있기 때문에 그리 간단히 결론지을 수는 없다. 굴튀김 안에서 무슨 힌트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나는 한동안 남은 굴튀김 세 개를 골똘히 응시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나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다.


 나는 이윽고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맥주 한 모금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역을 향해 걸어갈 때, 나는 어깨 언저리에서 어렴풋하게 굴튀김의 조용한 격려를 느낀다. 그것은 결코 신기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굴튀김은 일종의 소중한 개인적 반영이니까. 그리고 숲 속 저 깊은 곳에서는 누군가가 싸우고 있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굴튀김 맛있게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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