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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pr 05. 2024

벚꽃과 빨강머리 앤

-빨강머리 앤 ① | 다락방 청소하기


벚꽃이 활짝 핀 길을 걷다가 몇 해 전 이맘때 만든 빨강머리 앤 스톱모션 영상이 생각났다.

삼 년 전 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아주 어설퍼 보였다. 뚝딱거리는 동작, 미숙한 조명 처리, 사운드도 그렇고 여러모로 부족하고 아마추어 느낌이 물씬 났다. 


그런데 하나씩 하나씩 보다 보니 묘하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스톱모션을 독학으로 혼자 공부하고 시도해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쁨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새워가며 작업했던 열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좀 더 능숙해지면서 동작도 더 부드러워지고, 그림체도 더 세련되어지고, 효과음도 더 밸런스가 조화로워졌지만, 지금은 다시 하려고 해도 안 되는 실수 같은 어설픈 움직임이 나에게 웃음과 여유를 주고 있었다.


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의 과거이고, 우리가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미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과거를 아는 만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도.

뚝딱거리는 우습고 어설픈 나의 과거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이 여유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매일의 연재를 시작해 본다.



빨강머리 앤 ① | 다락방 청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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