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④ | 종이 상자 속 작은 전시회
쇼베 동굴벽화
최초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나는 쇼베 동굴벽화에 한 표를 던진다.
고대인들은 동굴의 벽에 마치 살아있는 듯 놀라운 동물 그림을 그렸다. 여러 마리를 그린건지 한 마리를 여러 번 그려서 움직임을 표현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아무튼 놀라운 그림을 남겼다.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 3만 2천 년 전 인류의 꿈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비로운 동굴 하나가 발견된다.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라 쇼베 동굴로 명명된 그곳에는 동굴곰, 털코뿔소, 매머드 등 멸종된 희귀 동물의 모습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300여 점의 원시예술벽화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마치 동굴 한 복판에 서 있는 듯 무아지경의 황홀감을 선사하는 세계적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의 3D 영상을 통해 3만 년 간 봉인된 꿈의 기억을 향한 경이롭고도 환상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Youtube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모르는 기쁨
처음 종이 스톱모션 작업을 할 때, 한 마리는 날개를 위로, 한 마리는 아래로, 날개의 위치가 다른 같은 새 두 마리를 그려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촬영한 것을 플레이시키면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만들어졌고, 이게 어찌나 신기한지 무한 루프를 돌려놓고 흐뭇하게 감상하곤 했다.
셀 애니메이션에서 디지털로, 3D, 4D로 진화한 지가 언젠데 종이 스톱모션이 웬 말인가! 싶지만, 나는 고대인처럼 나만의 동굴에 틀어박혀서 무지하게 또는 우직하게 나만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때로는 모르는 것도 좋다. 아는 기쁨만큼 모르는 기쁨도 즐거운 법이다.
링크한 영상은 빨강머리 앤 스톱모션에 사용된 아트워크들을 상자에 담는 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종이 상자 속 작은 전시회'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빨강머리 앤 ④ | 종이 상자 속 작은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