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한 글쓰기
새벽 출근 전에 글쓰기를 하면서 처음엔 바로 첫 문장이 적어지지가 않았다. 오랜 시간 틈틈이 글을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시간을 정해서 의식적인 글쓰기를 하려고하니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처음엔 잠깐 음악을 듣고 한 단락이라도 성서를 읽고 시작이 되었다.
하루 하루 날이 가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서재에 불을 켜고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는 것도 음악을 틀거나 책을 읽지 않아도 곧바로 첫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막힘없이 다음 문장으로 그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다가 출근 시간이 임박해져오면 서둘러 마지막 문장을 맺고 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의지로 새 길을 내는 것과 같다. 없던 길을 낼 때 처음엔 큰 돌도 치워야하고 거칠고 마른 땅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걷다보면 땅이 다져지고 걸림없는 길이 생기게 된다.
의지로서 내가 만들어낸 수많은 길들이 있다. 나만이 아는 작은 오솔길들. 그 모든 길들이 하나로 모이는 큰 광장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그 길에서 내 안에 버려야 할 나와 추구해야 할 나를 점점 더 명확하게 하면서.
출근 전 새벽 시간에 글을 쓰는 일은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단련시킨다. 잠에서 깨려고 애쓰면서 밥벌이를 하려고 겨우 힘을 내서 집을 나서는 것과 에고적 집착으로 내가 하고자하는 일과 하느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쓰잘떼 없는 먼지같이 느껴지는 나와 신을 닮은 영광스러운 나 사이를 조율하는 시간이다.
매일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시작하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하루키 처럼 나도 글을 쓰면서 첫 시작은 혼돈일지라도 마지막은 하느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 질서와 아름다움을 찾고 닮아갈 것을 결심하는 것으로 귀결하게된다.
-새벽 글쓰기 10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