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오랜 시간 희망을 찾아 떠돌아다녔습니다. 긴 여행 끝에 내린 결론은 희망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에요. 다만 알게 된 것은, 갖고 싶었던 129 색깔 색연필 대신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 물감으로 세상의 모든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비밀, 신문지 크기만큼의 햇볕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 비 오는 날 챙겨 나온 빨간 우산,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 하트가 셀 수 없이 많이 그려진 라떼,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새하얀 브런치 페이지, 10년 전에도 좋았고 지금은 더 좋아진 노래,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기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가 40대, 50대, 60대⋯ 계속 운이 좋을 거라고 했던 1986년의 새점, 아직 '우리', '서로' 같은 단어로 나와 너를 묶어주는 사려 깊은 친구,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기분좋은 꿈, 걱정거리가 있어도 웃을 수 있는 배짱, 젊은 시절에 꾸었던 꿈에 충실하려는 마음,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찾기, 놓쳐보았기에 소중한 줄 알게된 아직 남아있는 기회, 마음을 고쳐먹으면 한순간에 솟아오르는 시간, 끈적하지 않는, 담백하고 바삭바삭한 쌀과자같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한 유형, 무형의 구체적인 실체들만이 있을 뿐이었어요. 여행에서 보고 들은 수많은 희망의 조각들을 글로 쓰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떠올리려고 합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작은 희망이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