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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pr 28. 2024

자기의 이유

-<길모퉁이 글쓰기 카페> 에필로그



브런치 이웃 승하글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보석 같은 글을 함께 읽고 싶어서 빌려왔다.

길지 않기도 하고, 쉽고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진솔하고 다정한 데다 메시지 또한 명확한 글이 참 좋아서 전문을 필사해 보았다. 


글을 쓰며 찾는 자유
| 우리는 언제 자유로워질까요?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순간? 정답을 없겠지요. 자유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요. 저는 글쓰기를 하며 자유를 찾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글 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어느 날에는 비를 쫄딱 맞으며 울고 있는 실연당한 사람이 그리고 몇 시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한 사랑을 하는 시대의 낭만주의자가 또 반나절이 지나서는 가슴 아픈 짝사랑의 주인공이 되지도 하죠. 그뿐일까요? 어느 날엔 불교를 어느 날엔 가톨릭을 믿어요. 또 어느 날은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신론자가 되기도 하죠. 참 아이러니하지만 모든 게 저를 위한 일입니다.

있잖아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실연을 당하고 난 뒤에 가슴 아픈 글을 쓰고 나면 울음을 조금 덜어낸 기분이 들어요. 사랑할 때 사랑을 쓰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사이가 더 좋아지고요. 짝사랑할 때에는 내 마음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죠. 이렇듯 글쓰기는 나에게 또 우리에게 자유를 줘요,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죠. 그래서 매일 당신들 손끝에서는 활자가 태어나잖아요? 언젠가 어디선가 자유를 찾아 떠다니다 우리 만나요. 주인을 닮은 글을 들고서 우리 만납시다. 그곳이 어디든 좋아요. 언제라도 말이죠. 아, 제 말은 쓰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글쓰기를 유기하지 말아 주세요. 평생의 반려가 되어주세요.





자유는 자기의 이유다

베껴 쓰면서도 기쁨이 출렁였고, 마지막 즈음, '주인을 닮은 글을 들고서 우리 만납시다'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주인을 닮은 글' 이런 글을 쓰게 되는 것이 글쓰기 궁극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인을 닮은 글'을 쓰려면 '나 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나 다운 삶을 살지 않으면서 글만 나답게 쓰려고 분투한다는 것은 갈등만 유발한다. 무엇이 되려 하고, 누군가를 따라 하고, 어떤 노력을 더 경주하려 하고, 지나치게 움직이며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표류한다. '자유는 자기의 이유'라는 자유에 대한 정의를 본 적이 있다. 바쁜 와중에 급히 읽은 글이라 출처를 알지 못하지만, 그 낱말이 눈에 들어왔을 때 또 한 번 기쁨이 출렁였다. 스피노자, 헤겔, 라이프니츠, 루돌프 슈타이너가 쓴 두꺼운 자유의 철학 책들을 들여다보았을 때 느꼈던 무거운 영혼의 고치를 뚫고 나온 무지갯빛 나비가 포로롱 날아오르는 자유를 느꼈다.






사는 건 죽어가는 거야.
하루하루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는 거야.
그러니까 아끼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故 김자옥 배우의 유작이 된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딸과 떨어져 캐나다에서 산 엄마가 5년 만에 딸을 만나서 해주는 유명한 대사다. 나도 딸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정답은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된다고.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좋아해야 노력도 되고 노력이 쌓이면 생각지도 못했던 천재적인 재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미술을 전공한 나는 글은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한때 문예창작과를 갈 생각도 했고, 온라인 유료 글쓰기 강좌를 듣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내 쪼대로 살고, 내 쪼대로 쓴다. 내가 곧 나의 장르가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승하글 작가님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한번 베껴 쓰면서 마친다.



 주인을 닮은 글을 들고서 우리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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