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다

-<오랜 우화> 9화.

by 오렌



"그런 것도 있어요?"

"이 세상에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건 없을 거야."

"아니, 있어."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아이들이 자주 하는 대화 중 하나는 자기들이 생각하는 무언가가 이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였다.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선생님한테 와서 묻곤 했고, 초보 교사 때 어린아이들의 그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할 때가 있었다.



그때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학교 준비 모임을 하시던 대표 교사 선생님은 아이들의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 게 이 세상에 있어요?



라는 아이의 질문에 대표 교사 선생님이 하신 잊을 수 없는 대답은 이것이다.

선생님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으시고 미소를 띠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약간의 뜸을 들이셨고,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에게서 나올 대답을 기대하며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단다.



그 대답을 들은 아이들의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장면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내가 가보지 못한 어느 곳, 그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는 선생님의 대답은 아이들의 얼굴뿐 아니라 어른인 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게 했고, 마음의 먹구름이 걷히면서 한줄기 희망과 깊은 믿음과 샘물 같은 기쁨이 새록새록 솟아나곤 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 년의 고독>에 돼지꼬리가 달린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처음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너무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책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면서... 사실은 자신도 책에 묘사된 것과 같이 돼지꼬리가 있다는 독자들의 메일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는 것이었다. 말 못 할 비밀이었는데 작가가 그 일을 글로 써줌으로써 용기를 갖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겸험들이 줄을 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일로 작가는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그런 게 이 세상에 있을까?



있다.

무조건 있다는 답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그것을 품음으로써 즉시 충만해진다.

없다는 답을 갖게 되는 사람의 우주는 그 즉시 그만큼 좁아진다. 빈곤해진다.



우리 동네에 없으면 다른 동네에, 우리 나라에 없으면 이웃 나라에, 지구 반대편에, 오지에, 우리 우주에 없으면 안드로메다에...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그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 기관 처럼, 영원히 볼 수 없는 뒤통수 처럼, 몸을 감싸고 있는 공기 처럼 내 주변에, 그리고 내 안에 있다.

그것을 희망이라 쓰고, 믿음이라 말하고, 기도라 부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된다.

나쁜 것을 상상하면 그 이상의 나쁨을,

좋은 것을 상상하면 그 이상의 좋음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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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interest.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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