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Jul 20. 2024

모두 제자리!

-<사랑의 학교> 12화. <무지개 유치원>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자리



This is the way we tidy away
tidy away tidy away
This is the way we tidy away
on a golden cross the morning



busy busy busy busy
개미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요
busy busy busy busy
벌들이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요



보석을 나르자 보석을 나르자
난쟁이가 캐어온 보석을 나르자

 


 흔들흔들 거리며 산길을 내려오다
꼬리를 잃어버려 다시 찾고 싶어 하네
말해주렴 말해주렴
나에게 한 조각을 주겠니?





자유 놀이 후 정리 시간이 시작될 때 불렀던 노래들이다.

자유 놀이를 마치고 다음 활동으로 넘어갈 때, "이제 정리할 시간이야!'와 같이 언어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교사가 노래를 부르면서 먼저 정리를 시작하면 교사 주변의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교실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모두 다 같이 정리를 한다.



블록을 쌓아서 크고 멋진 성을 만든 아이도 아쉽지만 을 허물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린 공주님의 파티도 그만 마쳐야 한다.

나중에 또 놀 거라고 하면서 정리하지 않은 채로 두면 편의상으로 좋을 수는 있지만 내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은 무질서다. 이러한 무질서의 경험은 어린아이의 호흡에 영향을 주게 되어 Hyper Activity 즉, ADHD나 소비, 과식 등 경계가 무너지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보았므로 정리는 메인 활동과 다름없이 중요하게 여겼다.



자유 놀이 시간에는 안전상에 문제가 되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아니면 최대한 허용해서 어질고 놀 수 있게 함으로써 숨을 마음껏 내쉴 수 있게 하고, 정리정돈을 할 때는 항상 있는 자리에 온전하게 되돌려놓는 것으로 호흡을 들이쉬게 한다. 

7세 이전, 특히 5세 이전의 어린 아이에게 모든 활동의 리듬은 호흡계에 영향을 미친다. 리듬이 없는 무질서한 환경은 호흡을 불규칙하게 해서 불안한 성정을 만든다.



식사 후 설거지도 교사가 주로 하면서 7세 당번과 분량을 정해서 마른 수건으로 그릇을 닦는 일 등을 맡긴다.

모든 활동은 준비와 마무리를 교사가 다 해놓고 활동만 의식적으로 아이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마무리도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만큼을 정해서 참여시키는데, 생활 속에서 일상적인 노동, 특히 전이(하나의 활동에서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는 과정)를 자연스럽게, 놀이처럼 하는 것을 통해 신체와 호흡 등이 안정적으로 발달한다.

 




초보 교사 시절에는 노래와 시, 율동, 이야기 등 활동을 준비하는 것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면 시간이 갈수록 활동에서 활동으로 넘어사는 사이의 시간, 준비하고 치우는 정리정돈의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크게 와닿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아이들과 하는 것은 훈련이 잘 되어있지 않은 경우, 메인 활동에 비해 오히려 번잡스럽고 힘들게 여겨지므로 교사가 빨리 해치우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활동 - 활동 - 활동 -.... 의 날숨만 진행이 되고, 들숨이 짧아지므로 안정적인 리듬이 깨지고 하원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이 들뜨고 교사는 힘들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생활 리듬이 몸에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활동 시간뿐만 아니라 전이의 시간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하는 반면, 유치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거나 리듬이 생기지 않은 아이들은 활동 시간에는 전체 무리를 따라 움직이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 못하고 구석에 있거나 하기 싫어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교사는 잘하는 아이는 그대로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기 일을 찾지 못하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이걸 좀 도와주겠니?
선생님이 부탁 좀 해도 될까?


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의 도움을 요청해서 아이가 자신의 활동이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즐겁게 참여하고 자신감을 갖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도와준다. 그리고 잘했을 때는



ㅇㅇ천사가 도와줘서 잘 되었어.
빨리 끝났어. 멋지다. 고마워.


와 같이 진심으로 도움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을 한다.

이러한 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이것이 리듬으로 자리 잡히면 그토록 힘들던 생활이 물 흐르듯이 편안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학기 말이 되면 선생님을 도와주려는 천사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된다.






슬픈 비하인드

아래 사진의 인형 중에 얼굴에 낙서가 심하게 된 빠박이 인형이 있다.

당시에 너무 바쁜 나머지 털실로 머리카락을 다 심지 못한 상태로 아이가 가지고 놀기 시작해서 계속 머리카락이 없는 채로 있게 되었고, 새벽같이 출근하고, 회의며 행사 준비며 교육이며... 주말도 없이 늘 밤늦게 퇴근하느라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매직으로 인형 얼굴에 황칠을 한 것이다.

좋은 유아교육에 대한 갈망으로 배움에 목말라하고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그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었다.



 갈등 속에서 육아를 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어떤 상황이든, 어떤 방향을 정하든, 자신의 선택에 있어서 갈등 없이, 한 마음으로, 정진하시길 바란다.

일에 매진하는 것도, 커리어를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것도 정해진 답은 없다. 각자의 다층적인 상황이 있으므로 누구도 선택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때는 그토록 절실했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갈등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하루하루, 매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최선이다.

아이에게 해가 될까봐, 좋은 것만 하려고, 아무 것도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우유부단, 너무 오래 고민하고 갈등하는 경우, 아이도 뭔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의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심지를 굳게하고, 정진하는 어른들의 단단한 경계 속에서 아이는 안정을 느끼고 잘 지낸다.

인형 얼굴에 황칠을 한 딸도 벌써 성인이 되어 품을 떠났고, 유치원 교사도 오래 전의 직업이고, 저 사진 속의 아이들도 벌써 고등학생 정도가 된 과거의 일이다.

기억에 의존해서 쓰면서도 어린 아이를 돌보는 젊은 엄마들의 고충들이 떠올라 생각을 나누어 본다.








<재생의 욕조> 후원 페이지 가기

https://tumblbug.com/rebath0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은, 이미 제작된 종이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안으로 된 작업물을 공개하고, 책 값을 후원 방식으로 선지불하시면, 그 자금으로 인쇄를 해서 차후에 보내드리는 방식입니다.


 강가 출판사와 함께, 종이책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제작하는 우리만의 출판 지형을 만들고자 실험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이전 10화 천사와 함께한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