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욕조> 7화.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 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에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캄캄한 밤바다를 항해하는 이에게 빛을 밝혀 길을 인도하는 등대는 고결한 성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최초의 등대로 유추되고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를 목격했다고 알려져 있는 1,100년경 아랍의 지리학자 알 이디리시는 자신의 저서 <이븐바투타 여행기>에서 파로스의 등대를 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하나의 단어로는
등대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으며
인간의 두 눈으로는
등대의 위대한 장관을 다 담을 수 없다
<재생의 욕조>는 치유라는 주제를 다룬 글쓰기 에세이다. 목차를 잡아나가면서 '등대'를 포함시켰다.
우리는 길을 잃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길을 밝혀주는 누군가를 만난다. 이 책에서는 각 장의 분량이나 전체적인 구성을 감안해서 내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빛이 되어준 한 분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돌아보면 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등대가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 한마디 말, 따스하거나 엄격한 눈빛, 어둠 속에서 황급히 펼쳐 읽은 글의 행간, 이름도 모르는 지나치는 사람의 사심 없는 친절, 날아든 새 한 마리가 전해준 평화, 바닷가에서 주워 든 파도에 둥글어진 조약돌, 마음을 밝혀주는 스마일 이모티콘, 진심을 담아 눌러준 라이킷 하트, 내가 있는 곳 그 어디라도 따라와 주는 달님...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등대였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시 | 이지상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