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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ug 07. 2024

발견의 신

-<헤르메틱> 14화.




약탈물과 마찬가지로 발견물도 그 발견자와 본질적으로 하나가 되는 점유 획득물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살 수 있지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비워 둔 것만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본질적인 장소를 비워두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어떤 한 사람에게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간다. 그 사람은 그것을 발견함으로써 그것을 "탈은폐"하고, 그것을 자신의 세계에 투입하여 그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고 진정한 본질 성장에 이르게 한다.



발견자는 발견물을 그것은 본질로 해방시킨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발견물과 하나가 된다. 이 하나 됨 속에서는 어떠한 비교나 고려의 가능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발견은 권리의 원천이다. 어떤 것을 본질적으로 발견한 사람에게 그 발견물은 속한다. 그것은 마땅히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보다도 그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속해야 한다. 발견은 인간법적 원리이며 헤르메스적 현존재의 바탕이다.



고대인들이 모든 행운의 발견물, 즉 모든 본질적인 발견물을 "헤르메스의 선물"이라 부르며 헤르메스를 모든 발견의 신, 모든 운 좋은 착상의 신, 모든 갑작스러운 기회와 모험적 이용의 신으로 여긴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헤르메스는 더 나아가 상업적 이득의 신, 상업의 신, 시장의 신이 되고 따라서 구매의 신, 즉 교환과 구매가 아니라 일회적인 발견에 있었던 그의 근원적인 본질과는 정반대 되는 신으로도 된다. 하지만 시장의 신으로서 그는 반드시 "공정한 교환"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회적인 거래"를 보증하는 그런 신이여야 할 것이다.



헤르메스의 이러한 본질(변화)에서 모든 신적인 것을 위협하는 한 근본적인 위험이 드러난다. 헤르메스가 순수하고 고귀한 근본경험을 선사하는 신이자 수호하는 신으로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 현존재의 평준화된 층에서 이 근본경험의 일반화와 남용을 통하여 반대 행동과 피상성을 정당화하는 신이 될 수 있다. 신들은 부지불식간에 그 반대의 것으로 변한다. 그리하여 한 종교의 순수한 근본경험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의 "이단자"나 반대자로 나타나고 그 종교로부터 가장 가혹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박해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모든 종교는 양면적이다. 순수한 경험에서 유래하는 모든 종교에서는 그 순수한 경험의 보존과 방기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들에게선 경건함과 위선, 신앙과 미신, 묵상과 무사고(無思考), 겸허와 비굴, 가장 높은 것과 가장 낮은 것이 아주 밀접하게 공존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근본경험 자체가, 발견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내적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용서하는 자는 알게 되고
사랑하는 자는 보게 된다
조지 맥도널드


인생에서 어느 날 기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루돌프 슈타이너





























이 글은 H. 롬바흐 지음. 전동진 옮김. 서광사.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 2장. 헤르메스 4. 발견의 신 (-쪽)이다.

이 연재 브런치북 <헤르메틱>은 헤르메틱에 대한 필사로 이어가면서 헤르메틱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꾼 수많은 꿈들 중 유일하게 보인 신의 이름이다.

오랫동안 헤르메스라는 키워드로 찾아 헤매면서 헤르메틱이라는 정신적 지향, 작가적 고향에 도달했다.

헤르메틱은 어둠 속에서의 비상이다. 헤르메스적 근본 경험은 붕괴와 근원적 도약, 발견, 건너감이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아내고, 끝까지 살아남으며, 스스로 힘을 갖는 존재 방식이다.

헤르메틱에 대해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 H. 롬바흐의 저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의 내용을 필사. 요약하는 것으로 '존재의 헤르메틱', '예술 작품의 헤르메틱'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 정리본이 차후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든 그 뼈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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