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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24. 2024

목자의 신

-<헤르메틱> 12화. 크리오포로스




헤르메스에게서는 다른 어떤 신에게서보다 우선은 단지 혼란스럽게 보일 뿐인 아주 다양한 모티프들과 성질들이 충돌하며 단일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헤르메스의 신적인 특징 묘사에 있어서의 근본 방향들을 식별해내고 하나의 원칙적인 구성을 준비해 보고자 시도하면 다양한 근본의미가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일차적인 근본의미 가운데 하나가 *목자의 신이다.

*목자 : 양치는 자, 도우는 자, 보살피는 자



헤르메스의 형상에는 수렵과 채집의 문화를 넘어 유목문화로 인도한 근본경험이, 아니 운 좋은 발명이 의인화되어 있다. 인간을 따를 정도로 인간에게 결속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는 것을 목자는 발견했다. 이전에는 -빈번히 아주 위험한 조건들 아래- 인간이 동물을 쫓아다녀야 했던 반면, 이제는 동물이 인간을 쫓아다닌다. 이러한 발견 덕분에 인간에겐 풍부한, 아니 성대한 영양섭취를 위한 고기 저장소를 아주 가까운 곳에 보유하는 것이 아주 쉬운 일이, 말하자면 어린아이 놀이가 되었다.



수렵과 채집 문화에 속하는 인간이 이전에는 빈번히 형편없는 먹을거리로, 예컨데 애벌레나 거미와 같이 아주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기름진 소 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사리 추측될 수 있다. 소 떼는 고기와 우유 그리고 유제품과 같은 최상의 먹을거리를 공급해주고, 보다 큰 집단의 사람들을 별 어려움 없이 부양할 수 있게 해준다.



유목문화의 단계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사람을 자진해서 따르도록 각인될 수 있는 한 쌍의 동물들뿐이다. 이런 식으로 양과 염소, 돼지와 개, 거위와 닭과 같은 몇몇 작은 가축이 유지될 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소, 즉 물소나 들소와 같은 큰 가축도 유지될 수 있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은 이들이 더 이상 떼를 지어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친화적인 조기의 각인을 통하여 목자와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공동체는 그들과 목자 모두에게 필요하며, 그것 없이는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목초지에 동물들은 더 이상 다다를 수 없게 되었다. 인간과 동물은 여기서 단일체를 이룬다. 이는 진정한 발견이요 신적인 길이다. 그래서 목자의 신이고, 그래서 헤르메스이다.



이 동물들의 삶에 있어서 결정적인 위치를 점령할 줄 아는 인간은 그의 연명을 위한 수단을 수중에 넣는다. 인간에게는 이 수단 가운데 단지 첫 쌍들만 주어지면 되는데, 동물들의 취식본능과 번식본능을 잘 인도하면 그들의 수는 점점 더 불어나게 된다. 목자로서의 존재는 스스로 증식하는 부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인간의 삶의 개선과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준다. 목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유물의 자기상승을 동행하고, 조건들을 청결하게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재보의 자기번식에 기여하는 것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가축 떼의 생식곡선만 동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방목지에서 방목지로 이동할 때도 함께 간다. 그래서 감과 함께 감은 이 문화의 한 특징이 된다. 목자의 문화는 유목민의 문화이고 이동의 세계이다. 그래서 목자의 신은 동시에 길의 신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헤르메스는 유목문화의 발견을 상징하는 신의 형상이다. 그래서 그는 자주 숫양과 함께 묘사된다. "숫양을 나르는 자"로서 그는 하나의 근본적인 그림유형을 이룬다. 그리하여 파우사니아스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신도 그처럼 가축 떼와 그들의 번식을 돌봐 주지 않는다." 옛부터 헤르메스는 목적(牧笛)을 발명한 자로도 여겨지고 있다. 유목문화의 요람과 뿌리가 헤르메스 숭배의 발생지인 것이다.






크리오포로스 (Kriophoros)

고대 그리스 컬트에서 크리오포로스는 '양을 어깨에 짊어진 자'라는 뜻으로 제물의 엄숙한 희생을 기념하는 인물이다.

헤르메스 신화의 내용과 같아서 헤르메스의 별명이 되어 헤르메스 크리오포로스 (Hermes Kriophoros) 로도 불린다.

헤르메스 축제에서 가장 잘 생긴 소년이 선발되어 어린 양을 어깨에 메고 돌아다닌다고...




이 글은 H. 롬바흐 지음. 전동진 옮김. 서광사.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 2장. 헤르메스 3. 목자의 신 (59-62쪽)이다.

이 연재 브런치북 <헤르메틱>은 헤르메틱에 대한 필사로 이어가면서 헤르메틱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꾼 수많은 꿈들 중 유일하게 보인 신의 이름이다.

오랫동안 헤르메스라는 키워드로 찾아 헤매면서 헤르메틱이라는 정신적 지향, 작가적 고향에 도달했다.

헤르메틱은 어둠 속에서의 비상이다. 헤르메스적 근본 경험은 붕괴와 근원적 도약, 발견, 건너감이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아내고, 끝까지 살아 남으며, 스스로 힘을 갖는 존재 방식이다.

헤르메틱에 대해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 H. 롬바흐의 저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의 내용을 필사. 요약하는 것으로 '존재의 헤르메틱', '예술 작품의 헤르메틱'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 정리본이 차후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든 그 뼈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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