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틱> 11화.
헤르메스 -라틴어로는 메르쿠리우스- 는 고대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었고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신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신들의 사자(심부름꾼)이다. 헤르메스는 최고신인 제우스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그의 지시들을 수행하며 그가 지시한 사건들을 준비한다. 헤르메스는 사람들을 그들의 운명을 통하여 동반하고, 그들이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준다. 그래서 호메로스는 그를 "신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호의적인 신"이라고 하였다.
그 끝에서 두 마리의 뱀이 서로를 휘감고 있는 헤르메스 지팡이에서 우리는 헤르메스를 가장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날개 달린 신발과 (때로는 날개가 달려 있기도 한) 여행모자도 그의 징표이다. 헤르메스는 항상 도상에 있다. 그는 신과 인간의 이질적인 영역들 사이를 매개하거나, 여러 신들의 긴장된 장들 사이를 매개한다. 그는 종종 자신의 지팡이를 사용하여 그들을 화해시킨다. (그의 마법 지팡이는 그것으로 건드려진 사람의 변모를 초래한다.) 그래서 헤르메스는 크뤼소라피스, 즉 "황금 지팡이를 갖고 있는 자"라고도 불린다.
그는 축복을 주는 자, 구원자, 에리우니오스, 즉 위험에 빠져 있는 것 모두의 보호자. 보존자이다. 그는 특히 전령, 통역자, 매개자의 보호자이다. 그는 또한 능변의 신이다. 그 자신에게 날개가 달려 있는 것처럼 그는 날개 돋친 말을 돌본다. 즉 해결하고 구제하면서 한 상황 속으로 말하는 생각, 선취될 수 없고 설명될 수 없는 그러한 생각을 돌본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지하세계(저승)의 사자이다. 즉 그는 죽은 사람이 지하세계로 건너가는 것을 돕는 지하의 신(크토니오스)이다. 그래서 그는 영혼의 안내자(프쉬코폼포스)라고도 불린다. 그는 평온한 죽음의 신이다. 평온한 죽음을 맞는 사람은 죽음을 이어지는 삶처럼 살 수 있게끔 저승으로 안내된다.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죽음을 견뎌 낼 수가 없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보호와 인도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는 것을 때가 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안내된 자는 자신의 삶이 일관성을 단절함이 없이, 그리고 그러한 단절에 스스로 무너져 내림이 없이 새로운 세계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이 신에게 속하는 이야기, 그 뮈토스는 어떤 것인가? -본질적인 것은, 모든 신들에게서 그러하듯이, 유래와 탄생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요정 마이아의 자식으로서 깊은 산중의 한 동굴에서 태어난다. 태어난 바로 그날, 그는 벌써 강보에서 빠져나와 동굴 밖으로 나온다. 그가 처음 발견한 것은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는 한 거북이였는데, 그것을 보고 그는 멋진 발명을 생각해 낸다. 거북의 등 껍데기를 가지고 그는 당시에는 이 세상의 것으로 들리지 않았던 소리를 공명현상으로부터 얻는 한 악기를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바로 수금(Lyra)이다. 그 이후 공명은 헤르메스적 현상의 한 본질적인 근본특성이 되었다.
갓난 헤르메스는 그리고는, 그가 태어난 날, 고향을 떠나 자신의 신적인 이복형제인 아폴론이 지키고 있던 암소 50마리를 훔친다. 소들이 뒷걸음질 치게 하면서 목장에서 몰고 나온 헤르메스는 그들을 숲 속에 숨겨 놓고 몰래 자신의 동굴로 되돌아가 갓난아기의 강보로 자신을 다시 감싼다.
자신의 소들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아폴론은 화가 잔뜩 나서 동생의 동굴로 급히 달려가 그에게 따진다. 카에데타의 물 항아리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아폴론이 동굴로 급히 달려가 젖먹이 헤르메스를 요람 속에서 발견하는 장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장면에서 헤르메스는 마이아와 제우스에 의해 지켜지고 변호되고 있고, 아폴론의 등뒤에서는 소들이 은신처에 머물고 있다. 헤르메스는 소들을 "몰고 가지" 않았으며 문지방을 "넘지" 않았다고 맹세한다. 이때 그가 뒷걸음질 치게 하면서 인도된 소들은 본래 몰고 "가" 진 것이 아니며 동굴엔 "문지방"이 없다는 사실에 의지하고 있다. 이 순간부터 그는 사기와 도둑질의 신일뿐만 아니라 간계와 거짓 맹세의 신이 된다.
결국 헤르메스는 아폴론에 세 소들을 돌려준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신이 발명한 수금을 선물로 달라고 간청하고 그 답례로 황금으로 만든 마법 지팡이를 동생에게 선사한다. 이때부터 이 지팡이는 가장 중요한 소도구이자 상징으로서 헤르메스와 동반하게 된다.
해석의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우리는 헤르메스가 동굴, 즉 지하 세계의 아이지만 그럼에도 낮의 세계와 명료함의 신인 아폴론이 높이 평가하고 사랑하는 그의 형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쨌든 헤르메스는 아폴론의 소유물을 훔치고, 잘 자켜지고 있는 낮의 작품을 신조차도 찾을 수 없었던 은신처에 숨김으로써 아폴론에게 승리를 거둔다. 어쩌면 바로 이로부터 신마저도 매료시킴으로써 신이 그 대가로 자신의 힘의 상징인 지팡이, 즉 뱀 [두 마리가 서로를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내주게 만든 가창 능력이 헤르메스에게 생겼을지도 모른다.
헤르메스의 첫 행위, 즉 자신의 강보를 풀고 빠져나와 유달리 강력한 신조차도 그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자신의 힘을 증명하고는 다시 강보로 자신을 감싼 그의 첫 행위를 잊지 말도록 하자. 헤르메스는 자신의 힘을 자신에게로 다시 거두어들인다. 힘의 과시는 그의 목표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목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글은 H. 롬바흐 지음. 전동진 옮김. 서광사.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 2장. 헤르메스 2. 헤르메스 신화(54-59쪽)이다.
이 연재 브런치북 <헤르메틱>은 헤르메틱에 대한 필사로 이어가면서 헤르메틱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꾼 수많은 꿈들 중 유일하게 보인 신의 이름이다.
오랫동안 헤르메스라는 키워드로 찾아 헤매면서 헤르메틱이라는 정신적 지향, 작가적 고향에 도달했다.
헤르메틱은 어둠 속에서의 비상이다. 헤르메스적 근본 경험은 붕괴와 근원적 도약, 발견, 건너감이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아내고, 끝까지 살아 남으며, 스스로 힘을 갖는 존재 방식이다.
헤르메틱에 대해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 H. 롬바흐의 저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의 내용을 필사. 요약하는 것으로 '존재의 헤르메틱', '예술 작품의 헤르메틱'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 정리본이 차후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든 그 뼈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