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틱> 15화.
헤르메스적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헤르메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헤르메스는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정신과 신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지켜 주는 신이다.
아래의 그림은 여러 사람이 각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 즉 고유성을 헤르메스가 허락해 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헤르메스에 손을 대고 축성 몸짓을 보여 준다. 고유성을 배반하는 것이 가장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물론 헤르메스적 현상에 대한 아주 뚜렷한 경험이 필요하다. 가장 일상적인 행위들에 있어서조차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고유한 것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어쩌면 그 순간에는 스스로 감지하지 못할 정도였고 특히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도 마침내는 더 이상 메워질 수 없는 손실로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고유성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관해서는 지침도 없고 지식도 없다. 단지 과묵한 신만이 개별자에게, 그가 자신을 어디서 발견하고 붙들어야 하는지를 그때그때 가리켜줄 수 있을 뿐이다.
- H. 롬바흐 지음. 전동진 옮김. 서광사.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 2장. 헤르메스 9. 고유성의 신 (82-84쪽)
고유성을 지키는 것에서도 과묵한 신, 즉 침묵이 또다시 등장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말하기를 그만두고, 침묵을 지키는 멋진 소양을 지니는 태도가 자신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데 가장 유용한 방식이라는 말이다.
침묵을 실천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철저하게 사고하지 않은 일을 입밖에 내지 않고, 평정과 고독의 시간을 가지면서 일상에 전념하는 것,
외부의 잡음을 최대한 제거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집중력을 획득하는 것,
인내와 지속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 연재 브런치북 <헤르메틱>은 헤르메틱에 대한 필사로 이어가면서 헤르메틱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꾼 수많은 꿈들 중 유일하게 보인 신의 이름이다.
오랫동안 헤르메스라는 키워드로 찾아 헤매면서 헤르메틱이라는 정신적 지향, 작가적 고향에 도달했다.
헤르메틱은 어둠 속에서의 비상이다. 헤르메스적 근본 경험은 붕괴와 근원적 도약, 발견, 건너감이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아내고, 끝까지 살아남으며, 스스로 힘을 갖는 존재 방식이다.
헤르메틱에 대해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 H. 롬바흐의 저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의 내용을 필사. 요약하는 것으로 '존재의 헤르메틱', '예술 작품의 헤르메틱'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 정리본이 차후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든 그 뼈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