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의지, 창조에 대한 열정, 할 수 있는 능력 보다 고차적인 능력은 안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때,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루도 빠짐없이, 몇 백일, 몇 천일 뭔가를 지속하는 것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안 할 수 있는 능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하고 안 하고의 행위 이전에 진실된 자세, 경건한 태도에 관한 문제다.
하는 것만큼 멈춰야 할 때, 쉬어야 할 때, 재워야 할 때, 물러서야 할 때를 아는 것이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어렵고,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
무슨 말을 들었을 때, 금방 의견을 말하지 않거나 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진실되지 못한 말을 성급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경청의 미덕, 듣기의 중요성, 진심으로 말하기... 말들은 쉽게 하고, 이런 주제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삶 속에서 나의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철저하게 경건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가 최근에 알게 된 한 분을 통해 거울을 보듯이 나의 가벼운 언행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직면했을 때, 이해를 미래의 몫으로 남겨두고 판단 정지 할 수 있는 고수 한 분을 만났다. 확실히 모를 때에 판단을 정지하고 진실한 견해가 아니면 코멘트하지 않는 태도, 책에서는 읽었고, 강의로 배웠고,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은 수없이 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못되고,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서 나 또한 경건해지고 있다.
요즘 댓글을 잘 안 쓰고 있다. 바빠서가 아니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 쓰지 않고는 있지만, 예전보다 더 진심으로 글을 읽고 있다. 침묵도 언어라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느끼고 있다. 그것 말고 또 가짜를 만들어내려는 끝없는 마음의 소리들이 지겹지도 않나? 진짜 마음으로 일하고 사랑하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바뀔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