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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ug 20. 2024

말하는 대로

-<원라이너> 16화.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작년 9월까지의 직업은 애니메이터였다. 그 일을 그만두고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다음을 모색하는 동안, 대외적인 직업은 사실 없었다. 

(책을 쓰고 글로 밥벌이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프리랜서라고 쓰고 백수, 무직이라 읽던 시기였다. 

브런치를 베이스캠프 삼아 힘닿는 대로 연재 브런치북을 발행하면서 독서모임도 나가고 공모전도 알아보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설계하던 중이었다. 

신문에서 본 세계인문학포럼에 눈길이 갔고, 작가라면 이런 행사에 참가해서 인문학의 흐름과 동향을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참가 신청을 했다. 직업란이 항상 문제인데, 직업이라는 것이 주수입원이 되는 일이라고 정의했을 때 '아직'이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이미'였으므로 '작가'라고 썼다.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마음속 깊숙이 품어왔던 작가라는 로망이 명확한 언어로 표현되었고, 그런 '척하기'를 빈번하게 함으로써 내가 작가라는 사실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지면서 '진짜'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어떻게 <재생의 욕조>를 쓰게 되었나?



'그냥 글을 쓰면 되지, 왜 책을 발표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생각이다. 

책을 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쓰고 있고, 그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약간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비슷한 에피소드와 감정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강가 출판사 이지성 대표와 책에 대한 기획 미팅을 하고 자전적 에세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써 모아 온 원고들을 검토하면서 그걸 느꼈다. 궁극적으로는 동화, 소설 같은 창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계속 과거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고, 그것은 발표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가정이었고, 현재, 자전적 에세이 <재생의 욕조>를 탈고하면서 나의 가정이 맞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어느 날, 노트 한 귀퉁이에 낙서처럼 그린 목욕탕 그림을 보다가 '감정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재생의 목욕탕'이라는 문구를 생각했고, 준비하고 있던 자전적 에세이는 결국 <재생의 욕조>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40년도 넘은 아래의 사진을 보면 가운데 나, 언니, 동생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사이좋게 모여 앉아서 종이에 적힌 뭘 보고 있다. 아마도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해서 누군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을 즐거워했던 것 같고, 대본을 써서 연극을 하면서 놀았던 기억도 난다. 과장된 억양과 몸짓을 하면서 웃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최근에도 딸에게 "엄마는 말만 조금 많이 안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자타 공인 나는 확실히 말이 많은 것을 인정한다. 침묵을 다룬 <삭의 시간> 연재가 부끄럽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나인걸...

구강적인 공격성이나 수다 신공을 잘 다스려서 창의적이고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이야기 꾼의 면모로 질서 지워지기를 바란다.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들을 때마다 공감하고 위로받는 이적의 노래 <말하는 대로>를 읊조리며 외면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잘 듣고 나에게 말해본다.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 하지 내일 뭐 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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