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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ug 28. 2024

신들의 신

-<헤르메틱> 17화. 세 배로 위대한 자



모든 신은 각기 하나의 근본경험 또는 여러 근본경험들의 일치된 연관을 대변한다. 후자의 경우 근본경험들 가운데 하나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헤르메스의 경우 주도적인 근본경험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들 사이의] 차이, 각 세계의 내적 정합성, 그리고 (언어의 세계이건, 집이나 고향과 같은 생활세계이건, 아니면 밤과 같은 교체세계이건)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갈 때의 변모에 관한 근본경험이다.



다른 신들은 다른 근본경험들을 대변한다. 예를 들어 아폴론은 척도와 능력을, 제우스는 힘을, 디오니소스는 망아와 도취를 대변한다. 이 모든 근본경험들은 스스로 다시 (부분이나 면으로 깨끗하게 나뉠 수 없을 정도로) 얽혀 있는 연관을 형성한다.



근본경험들과 마찬가지로 신들도 서로 얽혀 있다. 이러한 얽혀있음에서 헤르메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가 처음부터 그의 동료 신들과 교제한 방식에서 드러난다. <철저한 신화 사전>(라이프치히, 1770)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태어나자마자 헤르메스는 포세이돈에게 삼지창을 훔치고 아레스의 칼집에서 칼을 훔쳤으며, 아폴론에게서는 활과 화살을, 헤파이토스에게서는 집게를, 그리고 제우스로부터는 왕활을 훔쳤다. 그리고 그가 만일 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그는 제우스에게서 번개도 훔쳤을 것이다. 그가 태어난 바로 그날 그는 에로스에게 씨름 신청을 하였고, 다리를 걸어 그를 넘어뜨림으로써 승리를 거두었다. 아프로디테가 이것을 기뻐하며 헤르메스를 품에 안았을 때 그는 그녀의 허리띠를 훔쳤다."



헤르메스가 신들에게서 각기 가장 고유한 것들을 훔쳤다가 그들에게 되돌려 주었다는 이야기는 신의 가장 고유한 특성과 최고의 능력이 헤르메스적인 과정 덕분이라는 것을 신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떤 신도 헤르메스를 통해 가지 않고서는 신일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헤르메스가 신들의 신인 것이다. 헤르메스를 각별히 숭배한 장소들에서 그가 "세 배로 위대한 자"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토스)라고 불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헤르메스, 그는 신들의 신이다. 나중에 최고의 유일한 신이 삼위일체의 형식을 취하고 삼위일체로서 날개 달린 사자(使者)의 형상을 취하게 되는 신화적인 동기가 여기에 있다. 잘 알려진 비잔틴 성화상(聖畵像, Ikone)에서 우리는 아직 헤르메스 트리메기스토스의 전통 속에서 살고 있으며 헤르메스의 상징물인 지팡이와 날개를 충실하게 보존하고 있는 신적인 삼위일체의 기독교적 표현을 볼 수 있다.



헤르메스, 그는 신들의 신이다. 이는 그가 아폴론과 마찬가지로 신들 가운데 어떤 한 신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헤르메스와 아폴론은 각자 하나의 신들의 세계 전체를 대변한다. 그들은 낮과 밤처럼 마주 서 있다. 세계와 반대세계. 헤르메스를 다루는 것은 한 신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들의 세계를, 하나의 완전히 독특하고 비교 불가능한 (신적인 것의) 나타남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신의 모습이 거의 완전히 사라진 것은 그래서 더욱 불가사의한 일이다. 아니면, 이 사라짐은 그의 본질의 정확한 귀결인 것일까? 그는 보이지 않음의 신일까? 그렇다면 그의 사라짐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 그의 나타남일까? 그가 "도래하는 신"일까?




이 연재 브런치북 <헤르메틱>은 헤르메틱에 대한 필사로 이어가면서 헤르메틱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꾼 수많은 꿈들 중 유일하게 보인 신의 이름이다.

오랫동안 헤르메스라는 키워드로 찾아 헤매면서 헤르메틱이라는 정신적 지향, 작가적 고향에 도달했다.

헤르메틱은 어둠 속에서의 비상이다. 헤르메스적 근본 경험은 붕괴와 근원적 도약, 발견, 건너감이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아내고, 끝까지 살아남으며, 스스로 힘을 갖는 존재 방식이다.

헤르메틱에 대해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 H. 롬바흐의 저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의 내용을 필사. 요약하는 것으로 '존재의 헤르메틱', '예술 작품의 헤르메틱'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 정리본이 차후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든 그 뼈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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