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메틱> 23화. 망상증적 방법
살바도르 달리는 헤르메스적 경험을 가장 거리낌 없이 사용한 화가이다.
이 그림은 "전투"라고 제목 붙여진 것이지만, 스페인의 한 초상화를 제공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도망치는 여성의 등의 선을 안면의 코의 선으로 잡고 중앙에 있는 기사를 눈 부분으로 잡으면 여성의 얼굴이 나타난다.
전투장면을 보다가 싫증이 난 눈은 다른 그림 형태로 비약 전환할 수 있다.
그러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울고 있는 한 여성의 얼굴이다.
너무도 많은 전투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고, 오랫동안 안정되고 자신 있는 현재에 도달할 수 없었던 스페인이 다시 여러 전투 속에 놓여 있다.
한 번은 전투의 세게를, 다음에는 이 얼굴의 세계를 포착하려 한다면 눈은 비약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뛰어드는 방식에 따라 이 세계 또는 다른 세계를 보여 주는 이러한 파악방식을 달리는 "망상증적 방법"이라고 불렀다.
이로써 그가 의미한 바는 쇳덩어리처럼 비정한 시대에 대한 대항수단으로써의 "광기"였다.
광기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각을 아주 조금 움직여 봄으로써 현실에서 완전히 다른 그림을 끄집어내어 볼 수 있다.
결국 우리의 모든 봄은 끄집어내어 봄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광기는 자신이 정상이라고 간주하고 자신만이 타당하다는 것을 칼과 창으로 방어할 줄 알 정도로 정착해 버렸다.
전혀 다른 태도들에 대한 유희적인 자유를 보존하고, 전혀 다른 현실 해석들에서 창조적인 자극을 얻으려면 우리는 헤르메스적인 인간이어야만 한다. "현실"이 모든 황량한 바라봄 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현실의 경험은 보는 방식들이 이쪽저쪽으로 비약할 때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리얼리즘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의 근저에 얼마나 많은 시가 놓여 있는지를 거듭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보다 고차적인 리얼리즘(즉 초현실주의)에서 세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우호적이고 창조적인 관점도 동시에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는 헤르메틱을 필요로 한다. 일상세계는 진리의 죽음이다. 왜냐하면 일상세계에 결여된 것은 망상증적 방법에 대한 용기, 변화를 즐기는 마음, 그리고 세계와의 유희에 몰두함이다.
이 연재 브런치북 <헤르메틱>은 헤르메틱에 대한 필사로 이어가면서 헤르메틱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꾼 수많은 꿈들 중 유일하게 보인 신의 이름이다.
오랫동안 헤르메스라는 키워드로 찾아 헤매면서 헤르메틱이라는 정신적 지향, 작가적 고향에 도달했다.
헤르메틱은 어둠 속에서의 비상이다. 헤르메스적 근본 경험은 붕괴와 근원적 도약, 발견, 건너감이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아내고, 끝까지 살아남으며, 스스로 힘을 갖는 존재 방식이다.
헤르메틱에 대해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 H. 롬바흐의 저서 <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현실에 관한 사유의 전환: 철학적 헤르메틱>의 내용을 필사. 요약하는 것으로 '존재의 헤르메틱', '예술 작품의 헤르메틱'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 정리본이 차후에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든 그 뼈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