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Oct 26. 2024

고독한 부엌으로의 초대

-<고독력수프> Episode #1




로베르트 발저의 '최후의 산문'을 읽고 뼈아픈 탄식을 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평화롭게 빵을 먹을 수 있도록 기쁜 심정으로" 새 일자리를 구했다. 지난 10년 동안 그토록 쓰겠다고 선언했던 SF소설을 단 한편도 쓰지 못하고 SF영화만 주구장창 보았고,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해야 할 과대망상과 편집증적 성향이 현실에서 나타나 분열되었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너무 오래 머물렀다. 무릇 온전한 창작을 하는 작가의 정신이란 그 얼마나 견고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한 세월이었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작가들 중 인생 후반기에 정신병원에 갇히거나 스스로를 감금한 채 작품 활동에 집중한 예들이 많이 있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이유와 의미를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포기하는 거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하는 것을 봐서 더 분명해질 것이지만, 포기라는 절망적인 단어를 쓴다 해도 억울할 것도 없다. 억울한 것이 아니라 기쁨으로 가득 차 가벼워졌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줄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기회를 주었고, 세상의 도움도 받을 만큼 받았다. 이게 내 능력의 다인가? 그건 아니라는 것만이 확실하다. 오히려 일부를 선명하게 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완전한 자유란, 영원한 휴식이란 있을 수 없다. 이제서야! 드디어! 마침내! 시작인 것이다.



내 몸의 강점과 약점, 내 정신의 강점과 약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취약한 부분, 세상에 나가서 일하는 선수로서의 나의 다면적인 특징에 대해 주장으로서의 나, 코치로서의 나, 감독으로서의 나가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어떨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어떨 때 고전하는지, 어떻게 쉬고 회복할 수 있는지, 더 디테일한 전략과 전술을 갖게 되었고, 내 선수를 더 자랑스러워하게 되었고, 우리는 더 친해졌고, 비로소 우리는 한 팀이 된 것 같다. 그토록 외쳤던 We can be one. 에서 We are one. 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완전한 하나 됨은 죽기 전까지 이룰 수 없겠지만 말이다.



고독한 부엌에 불을 켠다. 어제의 괴로운 기억, 내일의 불안한 걱정거리, 오늘의 복잡한 생각들, 시월의 햇볕 한 줌, 숨통을 트이는 바람 한 자락, 흘러가는 구름 한 조각, 빛나는 별가루 한 스푼, 결코 늙지 않는 노래 한 곡, 인생을 바꿀 명언한 줄, 고독한 냄비에 인연이 닿은 모든 재료를 넣고 푹 끓인다. 모든 것이 뭉근하게 녹아들어 건강한 기억과 싱싱한 내일의 기대의 향으로 변모한다. 맛있고 맛없고가 따로 없고 모두 몸과 마음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바뀐다. 오늘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전복시키는 마법의 수프가 된다. 눈부시게 노란.




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And everything you do,
Yeah they were all yellow,
저 별들을 봐.
너를 향해 빛나는 모습을
그리고 네가 하는 모든 것
그래, 모두 빛났지

I came along
I wrote a song for you
And all the things you do
And it was called yellow
난 그 빛을 따라왔어
너를 위한 노래를 한 곡 썼어
너의 모든 것을 위해 제목은 'Yellow'야

So then I took my turn
Oh what a thing to have done
And it was all yellow
그리고 내 행동을 되돌아봤어
내가 해 온 행동들,
그래, 모두 겁쟁이 같았어

Your skin
Oh yeah your skin and bones
Turn into something beautiful
D'you know you know I love you so
You know I love you so
너의 피부
그래 너의 피부와 뼈
아름다운 것이 되지
너는 알고 있니,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이렇게나 널 사랑한다는 걸

I swam across
I jumped across for you
Oh what a thing to do
‘Cause you were all yellow
나는 헤엄쳐서 왔어
너를 향해 곧장 달려왔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야
네가 노란색으로 빛났기 때문에

I drew a line
I drew a line for you
Oh what a thing to do
And it was all yellow
나는 선 하나를 그었어
너를 위해 선 하나를 그었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좀 봐
겁으로 가득 차있었지

Your skin
Oh yeah your skin and bones
Turn into something beautiful
And you know
For you, I'd bleed myself dry
For you, I'd bleed myself dry
너의 피부
너의 피부와 뼈들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되지
너도 알잖아
널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거란 걸
널 위해 모든 걸 바칠 거란 걸

It's true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for you
look how they shine
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정말이야, 널 향해 빛나는 걸 봐
얼마나 빛나는지 봐
얼마나 빛나는지 봐
얼마나 빛나는지 봐
얼마나 빛나는지 봐
널 향해 얼마나 빛나는지
저 별들을 봐 너에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Coldplay - Yellow




'혼자인 것이 슬프면 외로움이고, 혼자인 것이 즐거우면 고독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의 말에 영감을 받아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고독을 연마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