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력수프> Episodre #14
이승환 오빠
가 노구를 이끌고 탄핵 집회 무대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본방사수를 위해 8시부터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 끝에 모처럼 오빠의 라이브로 추억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노래를 다 따라 부르며 콘서트 장에서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던 20대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대의 얼굴과 그대의 이름과 그대의 얘기와 지나간 내 정든 날~ 사랑은 그렇게 이뤄진 듯해도 이제와 남는 건 날 기다린 이별뿐~'
'너만을 사랑해 너만을 기억해 너만이 필요해 그게 너란 말야~ 너만의 나이길 우리만의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사람~'
역시 음악은 공간이 없다. 60이나 되었지만 청년 같은 이승환 가수를 보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젊다는 것, 음악, 예술, 자기관리, 자기통제, 자기계발에 대해 생각이 스쳤다.
젊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는 것보다 젊은 것을, 늙었지만 젊어 보이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기에 염색, 피부재생, 치아미백 등의 미용과 의료 기술의 도움을 받아 위장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최근에 외적인 젊음의 유지만큼 내적인 젊음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일화가 있었다. 메이드 언니들 중에 젊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뀌거나 트림을 하거나 같은 여자끼린데 뭐 어떠냐며 화장실 문을 닫지 않고 옷을 내리는 경우를 보며 반면교사로 삼게 되었다. 나이 먹은 언니들 중 일부가 그런 행동을 할 때, 젊은 사람들이 한마디 하면 '나이 들면 부끄러운 것도 없게 된다.', '너거는 안 늙는 줄 아나?' 하며 그런 행동을 일반화시키면서 한바탕 웃어버리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마는데, 사회생활을 위해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오랜 세월 이 일을 해온 메이드 언니들을 관찰해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된다며 욕도 좀 하고 성격도 괄괄하고 거친 성향이 드러나는 사람들과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직업이 그 사람의 성향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직업이 곧 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격적으로 분화가 잘 되어있는 사람일수록 원형이 다양하고 직업과 나를 분리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끝까지 찾아야 할 질문이다.
아이와 노인
아이같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A의 상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B를 거친 A'가 되는 것, 니체가 말한 낙타와 사자를 거친 아이가 되는 것이며, 노인이라고 다 같은 노인이 아니라 성숙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이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겠다.
물어본다
많이 닮아 있는것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와
어른이 되어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 이어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이승환,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