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력수프> Episode #13
진주목걸이
첫 월급을 받았고, 고심 끝에 내년 내 생일 선물로 사려고 했던 진주목걸이를 조금 당겨서 질렀다. 내꺼랑 언니꺼랑 똑같은 걸로 두개를. 진주는 조개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에서 침입한 불쾌한 이물질인데, 이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주핵으로 둘러싸고 그것이 자라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 어디선가 주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던 진주 이야기가, 어느 날 문득 엄청나게 드라마틱하게 와닿으면서 상징적으로 소유하고 싶었다.
질문과 움직임
질문을 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
질문 없이 계속 움직이는 사람
질문을 하고 움직이는 사람
질문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질문과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질문을 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가장 바람직하다면
질문 없이 계속 움직이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생각에 갇혀서 고착된 상태로 자기가 옳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과도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이 곧 흉기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응원봉
아르바이트를 하고 피곤할 텐데 검정색 전기 테이프를 찾더니 뚝딱뚝딱 응원봉을 개조해서 보여준다. 나라를 구하고 오겠다며 탄핵 집회에 다녀온 딸이 대견했다. 너무 열심히 흔들어서 ㄴ이 날아갔다. 추운 날씨에 광장을 메운 MZ들에게 참 미안하고 고맙다. 알록달록한 응원봉만큼이나 다채롭고 생동하는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도할 뿐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스피커가 고장이 나서 1시간 가까이 객실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정비를 하는 호사를 누렸다. 마침 나온 곡이 무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으니 너무 좋아서 가슴이 설레었다.
상처를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진주목걸이를 하고,
좋은 질문을 하고 정확하게 움직이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을 수 있음에 기뻐하고,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누구나 행복한 세상을,
아름다운 미래 세대를,
우리 삶의 지속가능을 응원한다.
Bach: The Goldberg Variations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글렌 굴드 (Glenn Gou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