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력수프> Episode #12
아침 미팅 시간에 '바닥 걸레질한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정비에 관한 팀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는데 개선이 되지 않자 팀장과 주임들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걸레질한 흔적이 남지 않는지' 연구를 했고, 그 결과, 걸레질한 쪽으로 걸어가지 말고 뒷걸음질로만 걸레질을 하라는 지시사항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렇게만 하기에는 비효율적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메이드들은 하는 시늉만 하고는 다시 각자 자기가 하던 방식대로 걸레질을 하게 되었고, 팀장의 '흔적을 남지 않게 걸레질하는 방법'에 대한 집착은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되어 계속해서 소개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무슨 일인지 기분이 좋은 팀장의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방을 끝낸 사람들은 조기 퇴근을 하라'는 것이었다. 주임이 전달한 팀장의 이유인즉, 바닥 걸레질에 대한 메이드 여사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걸레질 흔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며 매우 깨끗하고 쾌적해진 데다가 심지어 정비 시간 까지도 단축되어 컴플레인도 잘 안 나오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로 인해서였다.
그런데 걸레질을 어떻게 하길래 흔적이 하나도 남지 않고 완전무결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 팀장은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는 메이드들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완벽한 걸레질의 비밀은 걸레질을 하지 않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침 미팅 시간에 '걸레질한 흔적이 남지 않게 하라'는 팀장의 특별지시가 전달되었고, '그게 되나?', '자기가 한번 해보라고 하라.', '말이 되는 지시를 해야지.'... 등등으로 소리를 죽여서 불만을 성토하는 웅성거림 속에서 정신이 분열되면서 솟아오른 글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 그때 그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