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편한 신발을 찾아서

- <Oren's New Diary> #4

by 오렌



언젠가의 휴일 아침엔 한 시간이라도 더 자려고 했다면, 요즘 휴일 아침엔 출근 시간보다 일찍 눈이 떠지고,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휴일 즉, 하루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오면 기쁨의 빛 알갱이가 폭죽을 터뜨린다. "맞아! 오늘은 쉬는 날이지." 영하의 날씨, 문 여는 시간에 목욕탕에 가서 뜨끈한 온천욕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하면서 이부자리를 정리하다가 어제저녁 운동을 하고 샤워를 했는데, 또 목욕을 하는 것이 소모적인 것 같아 일단 문 밖에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 버리면서 생각을 정리하자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든 생각은 여기서부터 오십 걸음 정도 걸으면 나오는 편의점에 가서 빵이랑 우유를 사 와서 먹고 글부터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마지막 하나의 쓰레기를 버리자 드러난 가방 밑바닥에 흰색 종이 한 장이 보였고 한가운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 가보지 않은 길은 알 수가 없다 "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지 마세요.

작은 도전이 뜻밖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직접 걸어본 길만이 진짜 내 것이 됩니다.


쓰레기 가방에서 건진 이 문구의 출처는 아키클래식이라는 운동화 홍보 자료로 접힌 부분을 펼치자 좀 더 긴 글이 적혀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닙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첫걸음이고,

익숙한 길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가는 시작입니다.


아키클래식은 당신이 한 걸음 더 편하게,

한 걸음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걷는 순간이 가벼워지고, 발걸음이 건강해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편한 신발'의 가치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도,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도,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입니다.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길이 만들어지고

직접 걸어본 길만이 진짜 내 것이 됩니다.


"오늘도 편안한 한 걸음을, 아키클래식과 함께하세요."



어쩌다 보니 아키클래식이라는 신발을 홍보하는 글 처럼 되어 버렸는데, 이 브랜드 신발을 신어본 적도 없고, 딸이 일본 여행 간다고 새 신을 사 신고 버린 포장 쓰레기에서 발견한 문구가 지금 여기, 나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직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하루에도 몇 명씩 말을 걸어온다. 나간다면서? 회사 옮긴다면서? 그만둔다면서?로 시작하는 인사는 잘 간다. 잘했다. 거기 괜찮다. 거기서도 잘할 거야와 같은 긍정의 인사 반, 왜? 아깝다. 거기 힘들다던데. 를 비롯해서 내가 가려고 하는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알려주는 사람 반이다. 충분히 갈등하고 고민하고 알아본 후의 선택과 결심이 섰기에 어떤 종류의 말에서 위안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고 있고, 이 감정 상태만이 유일한 안식처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알려주면서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의 출처는 대부분 직접 경험이 아닌, 카더라 즉, 어딘가에서부터 흘려들은 말, 소문이라는 점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곳 보다 급여가 적다는 말도 직접 면접을 보고 알아본 바로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문제를 느끼고, 질문하고, 고민하고, 알아보고, 결정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보는 성실성만이 안개처럼 모호하게 부유하는 불안을 꺼뜨리고 명료한 현실을 직시하게 함을 이직을 준비하면서 또 한 번 선명하게 보고 있다.



옮기려는 회사가 부정적인 소문들처럼 정말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빠르고 정확한 효율만이 아닌 비효율도, 논리와 이치에 맞는 조리만이 아닌 부조리도, 능히 감당해 내어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소화력을 탑재하고 있음을 믿는다. 나의 선택과 나의 능력과 나의 실수도, 나 자신을 믿는다는 말이다. 이번에 근무 조건이 파격적으로 좋아진 상황에 왜 옮기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고, 이에 그렇게 됐다. 나한테 그곳의 시스템이 더 맞는 것 같다 와 같은 두리뭉실한 답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할 수 없는 진짜 내 마음속의 답은 이거다. 내 영혼이 조금이라도 더 편한 공동체를 찾고 있다고. 그러기에 다음 스테이지가 비효율과 부조리가 난무하더라도 지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아마도, 인생은 끝까지 그럴 것이기에. 아키클래식의 홍보 문구처럼 직접 걸어본 길만이 진짜 내 것이 되고, 그 길 위에서만이 조금이라도 안식할 것이기에.



(2026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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