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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밥 Jul 16. 2018

에어컨 같은 이야기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에필로그, 그리고 여름

결혼 전 친정에는 작은 벽걸이 에어컨이 한 대 있었습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결혼한 첫째 언니가 달아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참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그 에어컨을 집에 손님이나 형부가 오는 날만 틀어주셨거든요. 에어컨을 쓰면 엄청난 전기요금이 부과된다는 뭐랄까, 누가 가르치지 않았어도 우리 머릿속에 당연히 떠오르는 그 인상 때문이지요. 


그래서 학생이고 백수 시절의 저는 집에 있는 게 몹시 괴로웠습니다. 게다가 당시 제 방이 서쪽이었어요. 서향의 방. 오후부터 햇빛이 방을 달구는데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에어컨을 틀어도 되긴 하는데, 엄마가 그토록 아끼는 마당에 마음대로 틀 수는 없잖아요. 한 번은 엄마와 크게 다툰 적 있는데 출근하는 엄마가 에어컨 리모컨을 들고 나가시는 바람에 고통의 폭염을 겪은 날도 있었어요.      


나중에 내가 사는 집에서는 에어컨 정도는 마음대로 틀고 싶었어요.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니까요. 내가 바란 행복의 정도는 먹고 싶은 음식 가끔 사 먹고, 더울 때 에어컨 걱정 없이 틀고, 양말에 구멍이 나면 미련 없이 버릴 정도예요.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마음 꼭꼭 먹고 있던 저인데도 세상에, 제가 오늘 에어컨을 참고 있더라고요. 남편 없이 혼자 집에 있는 낮시간에 에어컨을 틀면 왠지 낭비일 것 같은 생각 있죠. 


그렇다고 작년 여름에 전기요금이 어마 무시하게 나온 것도 아닌데 내가 이렇게 에어컨을 망설이는 게 궁상 같기도 하고,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엄마에게 물려받았는지 기가 차더라고요. 어쨌든 창문을 열고 화분들도 뜨겁게 내리쪼이는 햇빛 좀 먹어보라며 창가 앞에 데려다 놨어요. 고마웠는지, 거실 바닥에 예쁜 무늬를 그리고 있네요.      

금요일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저의 첫 책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이 판매되고 있어요. 오프라인 서점에는 이번 주 목, 금요일 무렵부터 볼 수 있으려나요.      


출판사 대표님이 여름에 책을 내자며 7월 무렵을 얘기하셨을 때 기쁘면서도 속으로는 ‘아, 그때 정말 더운데 책 잘 안 되면 어떡해.’ 그러고 있었어요. 제가 더위를 많이 타니까 독자도 덥겠지, 그런 걱정도 하고요. 그래서 에필로그를 적으면서 책의 시작은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얼음을 띄운 과일차나 시럽 정도만 간단히 뿌린 빙수를 곁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아래 내용은 에필로그의 일부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금, 제가 심은 나무와 잎사귀들로 이루어진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한 기분입니다. 4년의 결혼 생활 동안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과 잔디 사이에 아무렇게나 앉으세요. 운 좋게 그루터기를 찾으면 이야기를 듣는 내내 편안할 수도 있겠네요. 풀숲에 누웠다가 벌레에 물려 따끔해지면 옆 사람들과 멋쩍게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목이 탈 수 있으니 저는 시원한 차를 준비해 한 잔씩 따라 드릴게요. 제 이야기지만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어쩌면 서로 몹시 닮아 있을 주부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까 합니다.   

   

오늘 점심에는 커피 대신 수박을 먹었습니다. 달콤하고 시원한 게 아주 마음에 드는 맛이었어요. 제 마음을 담아 쓴 글이 독자분들께 잘 전달될 수 있을지, 하루하루 궁금한 게 아주 많아집니다. 


조만간 또 다른 방식으로 여러분께 제 글들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확정되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제 글을 지켜봐 주시는 많은 독자분들, 

종이에 새겨진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에도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주시길.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식. 

24일 저녁 7시에 출판기념회 겸 작가와의 대화가 열려요.


장소는 방배동 트래블앤북스입니다. 

혹시 참석 원하시는 분은 전화로 예약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셔서 댓글 남겨주시면 된다고 하네요!


편하게 참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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