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꼰대질 일삼는 중년 남성’은 늘 존재했다. 다만 이를 ‘x같다’고 말하지 않으니 그것은 ‘문화’라는 이름의 보호를 받으며 ‘훈계’라는 고상한 지위를 얻었다. 낡은, 그래서 진작 없어져야 할 관습이었지만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덕택에 수많은 아저씨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애초에 고삐가 없었으니 야생마란 표현이 적절할까? 인간이 고삐에 구속된 채 산다는 걸 문제 삼을 수도 있겠으나 특정 성별, 그리고 특정 연령대의 누군가에게만 자유가 아닌 방종이 허락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국의 아저씨들 중에는 자신에게 그럴 수 있는 권리가 마치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바로 ‘개저씨’라 한다. - 91p
개저씨는 김치녀, 된장녀, 맘충과는 성격이 완전 다르다. 이 용어들은 주로 약자를 향한 강자들의 낙인이다. 하지만 개저씨는 정반대다. 오랫동안 짓눌린 자들의 미세한 저항이 모이고 미인 이유 있는 반항이다. 지금껏 많은 이들이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의 부당함을 인지했고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수군거리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어떻게든 피드백하는 용기를 보였다. 이 정도면 혁명적이지 않은가? - 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