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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밥 Nov 03. 2017

나의 프랑스식 서재, 김남주

나의 프랑스식 서재,를 읽고 있습니다. 


식구 수대로 두세 차례 점검을 거쳐 가져갈 책을 추려낸 다음, 마당에 못 쓰는 매트리스를 깔고 2층 베란다에서 정리할 책들을 던졌다. 어느 오후, 그렇게 몇날며칠 책을 정리하던 식구들은 각각의 감회에 젖어 계단에서, 다락 구석에서, 뜰 한켠에서 책을 깔고 앉아 책을 읽었다. 정리해야 할 산더미 같은 책들을 앞뒤로 두고, 각자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한 책들에게 바치는 경의! 나는 우리집 강아지 뭉치가 읽다가 먹어버린 모리스 블랑쇼를 들고 등나무 아래에 한참을 서 있었다. 


도서관으로, 아름다운 가게로, 헌책방으로, 고물상으로 가버린 그 책들의 주종은 '문학'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집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 꽂힌 대부분의 책들 역시 문학이다. 하면, 나의 이성과 겸손이 좀더 진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반성한다. 


나의 프랑스식 서재, 김남주



책에 나오는 작가의 집은 은은한 라일락향이 나는 신길동이었다고 한다. 비록 오늘은 멋진 가을날이고 꽃 한송이 볼 수 없지만, 꽃비가 내리는 마당에서 온 가족이 말없이 각자의 감회를 소화하는 풍경을 상상했다. 


마침 지금 볕이 좋고, 책 읽기가 좋은 시간이고, 또한 이토록 좋은 책을 만나 개인의 감회를 쌓고 있는 지금 나는 마치 이 저자에게 빙의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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