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습니다.

by 귀리밥

어머니가 부쳐준 올배쌀을 공기에 담아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가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지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소년이 온다, 한강


어쩜 작가는 죽은 사람들 몸속에 쑥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닐까.

아니면 시위 한복판에 투명인간처럼 머무르며 그 광경을 모두 눈에 복사한 건지도 모르겠다.

광주와 관련된 작품은 불편해서 잘 보지 못했다.


불편해서 피한다면 그게 왠지 나쁜 것 같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까지는 없으니까.

그럼에도 궁금한 나머지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속이 울렁일 정도로 사실적이고 괴롭다.

다 읽고 나면 그나마 평온했던 멘탈이 너덜 해질 것 같다.

그래도 다 읽어보고 싶은 만큼 궁금하고, 확고하며 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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