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노마드의 향유 #17 _ 독서노트
"The Book Thief"(책도둑)는 마커스 주삭(Markus Zusak)의 소설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배경으로, 어린 소녀 리젤 (Liesel Meminger)의 전쟁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1939년 1월, 아홉 살 리젤은 기차 안에서 남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곧 Hans와 Rosa 후버만 부부에게 입양된다. 양부모는 리젤의 트라우마 (남동생 죽음)를 감싸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녀를 온정으로 품는다. 특히 아버지 한스는 밤마다 가위에 눌려 깨는 리젤 곁에서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며 그녀를 지켜준다. 리젤은 시장 댁의 서재에서 암묵적으로 책을 훔쳐 읽기 시작한다. 책은 어른들의 전쟁놀이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가족을 잃은 리젤이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리젤은 뮌헨 근처의 가난한 동네, Himmel Street을 배경으로 학교에 다니고, 동네 아이들과 축구 내기를 하며, 양엄마 Rosa의 세탁 일을 돕는다. 건더기 없는 스프와 굶주림에 곡식과 과일 서리를 하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으며 나치 독일 시대를 겪는다.
스탈린그라드戰 이후 Himmel Street에는 공습경보가 자주 울렸고, 사람들은 피난처로 대피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반복한다. 어느 날부터 그 피난처에서, 리젤의 책 읽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람들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었다.
1943년 10월, 세상이 끝났다. Himmel Street가 폭격을 당했고, 지하실에서 글을 쓰고 있던 리Liesel 생존했다. 그녀는 또다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친구 Rudy를 잃었다.
가장 가슴 졸이며 읽었던 부분은 후버만 가족 앞에 나타난 유대인 막스의 등장과 동거, 도피와 재회 였다. 막스는 한스의 1차 세계대전 전우의 아들로, 한스네는 목숨을 걸고 그를 지하실에 숨겨준다. 리젤은 막스를 걱정하고 위로하며 함께 책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우정을 쌓는다.
레몬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루디 Rudy는 리젤이 Himmel Street에 온 날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친구이다. 리젤이 책을 훔치는 것을 도와 주었고, 막스와의 재회 순간에도 그녀를 지켜주었다. 리젤은 폭격 후 Rudy의 시신을 발견하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Rudy는 리젤에게 “How about a kiss, Saumensch?”하며 자주 농담을 했었다.
이 소설은 정치적 잔혹성이 많지 않아 읽는 것이 수월했다. 전쟁의 참상보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집중하고 있다. 리젤과 어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축구를 하며 웃고 다투고, 담배를 말고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세탁과 페인트 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다만 전시 상황이라 이런 평범한 삶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사이렌에 몸을 피하고 공포에 휩싸여도 희망을 품으며, 리젤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야 한다. 죽을 수도 없고,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없으며, 안 먹을 수도 없다.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인간의 의지가 무섭기까지 하다. 세상에 태어난 이들이 지닌 목숨 값을 다 해야 한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은 어른들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총통(Führer)을 향한 맹목적 충성, 유대인 행렬을 향한 무자비한 돌팔매질, 산더미 같이 쌓인 책을 태우며 열광하는 모습 등. 특히 Frau Diller 부인은 “heil Hitler” 인사 없이는 물건조차 팔지 않을 만큼 나치 체제에 철저히 순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배고픔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빵 조각 하나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랐다.
화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은 ‘파괴’, ‘연민’, ‘희망’, ‘순수’, ‘회복’으로 만들어져 있다. 남동생의 죽음, 트라우마, 책을 통한 회복의 사이클은 Himmel Street 에 폭격이 쏟아진 날 깨졌다가, 리젤이 깨어나고 Rudy 아빠가 돌아오고 막스를 만나면서 차츰 회복 된다. 서로의 아픔을 그림책을 만들며 회복해가던 막스와 리젤의 우정은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는 막스를 마주한 순간 파괴되었다가 전쟁이 종료되고, 리젤을 찾아온 막스를 마주한 순간 다시 회복되어 리젤이 살아낼 수 있게 해주었다.
"목숨 값"이라는 건 어쩌면,
살아있는 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이자,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증언해야 할 의무이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 같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