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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돈 주앙'을 보고

예술 노마드의 향유 #18

by 딸리아

며칠 전, 우연히 뮤지컬 [돈 주앙]의 홍보 프로그램을 보던 중,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참여한다는 소식에 이끌려 바로 예매를 하고. 폐막을 이틀 앞둔 4월 12일, 기대감을 안고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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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돈 주앙, 여성을 단순한 쾌락과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인물이다. 그에겐 모든 여성을 매혹할 수 있는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런 그가 '기사의 동상' 앞에서 조각가 마리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한다. 돈주앙은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라파엘(마리아의 연인)과의 결투 끝에 죽음을 맞이한다.


다소 상투적인 줄거리의 자막과는 달리, 들려오는 넘버와 음악, 분위기는 고혹적이고 매우 아름다웠다. 회전식 무대가 주는 역동의 파노라마, 탭댄스의 긴장감, 화려한 플라멩고, 집시 밴드의 살롱 분위기 등 각각의 무대 만으로도 독립적인 드라마와 공연이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로 눈과 귀가 다채롭게 즐거웠다.


[돈 주앙]의 무대는 [노틀담 드 파리]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조명과 역동적인 안무, 강렬한 리듬의 음악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작품 [돈 주앙]에서는 플라멩코 댄서들의 절도있고 열정적인 춤사위와 집시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져 스페인의 열정이 무대로 옮겨졌다. 주변 객석의 한 분은 나가면서 ‘나도 세비야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인 가수와 전문 무용수의 분리는 각각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었다. 배우들이 넘버를 부르는 중에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무용수들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15개국에서 3,000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하며 8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돈 주앙]은 2004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 프랑스, 중국,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되며 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두 작품 모두 프랑스의 대표적인 뮤지컬로, 질 마외(Gilles Maheu)가 연출을 맡고, 샤를 탈라(Charles Talar)와 니콜라 탈라(Nicolas Talar) 부자가 두 작품의 제작을 맡았다. 두 작품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ung-through)'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감성적인 멜로디와 강렬한 리듬, 화려한 무대 연출이 특징이다.

음악을 살펴보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리샤르 코치안테(Richard Cocciante)가 작곡하였으며, [돈주앙]은 펠릭스 그레이(Félix Gray)가 작곡하였다. 두 작곡가 모두 프랑스 음악계에서 유명한 인물로, 감성적인 멜로디와 강렬한 리듬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필립 베르겔라(Philippe Berghella) vs. 조니 할리데이(Johnny Hallyday)


라파엘 역의 필립 베르겔라(Philippe Berghella)의 목소리는 내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Le sang des soldats’를 부르는 그의 음색에서 프랑스 음악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1999년) 르부르 박물관 음반 매장에서 처음 접한 조니 할리데이(Johnny Hallyday)의 ‘Sang pour sang’을 떠올리게 했다. 조니 할리데이의 강렬한 무대 존재감과 뛰어난 가창력이 필립 베르겔라에게로 이어지는 듯 했다.

여담으로, 몇십 년이 지난 후 조니 할리데이가 라라 파비앙(Lara Fabian)과 함께 부른 “Requiem Pour un Fou”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조용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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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 출신 아티스트


필립 베르겔라는 캐나다의 가수이자 배우로, 2004년 [돈 주앙] 초연 당시에 라파엘 역할을 맡아 퀘벡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주목받았다.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라파엘 역을 맡고 있어, 이번 통연을 통해 내가 그를 만난 것이다.

20250421_161659_3.jpg 2025년 웬디의 영스트리트 출연

비슷하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 가루(Garou)도 캐나다 퀘백 출신으로 이를 통해 인지도를 얻었고, 이후 독자적인 음반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뮤지컬계에서는 캐나다 퀘벡 출신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퀘벡이 프랑스어권 지역으로서 프랑스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퀘벡의 뮤지컬 산업이 활발하여 많은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도 퀘벡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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