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의 조우
종교의식이었든,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위였든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측량 기술로 문양을 그려냈다.
사람이 도구였던 시절, 일정한 거리를 직접 재고, 땅을 파헤쳐 색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선과 패턴을 쌓아 거대한 형상을 완성해 낸 믿음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침 6시, 호텔 두나스를 출발해 9시 15분쯤 경비행기장에 도착했다.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마침내 하늘로 날랐다.
30분간, 나스카 문양을 공중에서 바라보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조종사는 비행기 양쪽 날개 끝을 표적 삼아 문양들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고,
좀 더 가까이 보여주기 위해 날개를 번갈아 기울이며 ‘그들’을 비췄다.
신비롭고도 화려한 나스카 문양.
그에 비해 내 속은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몇 차례 위기를 넘기며 버티다 보니, 카메라 셔터를 누를 기운조차 사라졌다.
그저 30분이 빨리 흐르기만을 기도하며 막판을 견뎠다.
7대 불가사의이든, 10대 불가사의이든, 인간의 힘은 실로 놀랍다.
신앙과 삶에 대한 바람은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무서울 만큼 굳건하다.
나스카 문화는 약 200 BCE ~ 600 CE 사이, 페루 남부 해안의 현재 나스카 지역에 위치한 고대 문명이다. 이들은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특히 나스카 평원에서 발견된 문양들은 공중에서만 온전히 볼 수 있는 거대한 그림들이다.
기하학적인 선, 동물과 인간 형상, 식물 이미지까지. 수백 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문양들은 정밀하게 설계된 측량 기술을 통해 완성되었다. 땅을 파내거나 색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단순한 도구를 활용해 이 거대한 도형들을 만든 것이다. 정확한 기하 구조, 선의 방향과 간격, 그들은 왜 그랬을까?
그들이 왜, 어떻게, 이런 문양들을 남겼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늘에서 바라본 경이로운 형상들,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야 비로소 볼 수 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로 인해 나는 지금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