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스 소금계단 _ 살리네라스

문명과의 조우

by 딸리아

소라껍데기 같은 것이 내 발 앞에 떨어져 있다. 길가 흙 속에도 그것과 비슷한 조각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곳은 아주 오래전, 바다였다. 지구가 몇 번의 융기를 거쳐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는 걸 배워서 알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증거물들을 보았지만, 그 이야기를 우리는 마치 당연한 듯, 별일 아니라는 듯 듣는다.


이 놀라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로 믿을 수 없는 시간인데 너무 오래된 얘기라 그런가, 감정이 따라오질 않는다. 오늘의 현재가 어제의 과거로 인해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현재를 살고, 미래를 걱정한다. 이것이 더 놀라운 일이 아닐까.


염전은 일반적으로 바닷가에 있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남은 소금 결정체를 정제해, 우리는 그것을 소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소금은 바다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스페인에는 소금 동굴도 있고, 독일에는 깊은 소금광산이 있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은 마른 호수 바닥에 소금 평원을 이루고 있다.


여기 마라스는 또 다르다. 산 중턱에서 솟는 염수를 수천 개의 작은 웅덩이에 흘려 넣고, 햇빛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하얀 소금을 걷어 올린다. 소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만들어지지만, 그 방식은 땅이 결정한다. 마라스에서는 소금을 ‘캐는’ 것이 아니라 걷어 올린다.


태양은 날마다 웅덩이를 비춘다. 높은 고도에서 내리쬐는 강한 빛은 그 안의 물기를 서서히 증발시키고, 물아래엔 소금이 남는다. 이곳 사람들의 달력엔 태양의 기울기로 인한 절기가 표시된 것이 아니라 기후조건을 계산한 소금 결정 과정이 표시되어 있지 않을까


이들의 시간은 빛으로 인해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금으로 인해 계산되지 않을까.


마라스 마을 사람들은 계단식 웅덩이에서 소금을 걷어 올린다. 가족 단위로 웅덩이를 나누고, 작업 방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지를 이곳에서는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인간 생명을 이루는 소금을 만든다는 것,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현재를 살고 있다는 것, 태양이 존재하는 한, 소금은 계속 생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소금을 걷어 올리며 자신들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삶은 그렇게, 영겁을 이어 지금을 살고 있다.



*사진 출처: UnsplashZhifei Zhou



keyword
이전 05화하늘에서만 보이는 지상화 _ 나스카 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