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서 더 지친 여정 _ 28일의 단체여행

절정과 귀환

by 딸리아

28일간의 남미여행이 끝났다.

리마(페루)를 시작으로 이카 – 쿠스코 – 마추픽추 – 라파즈(볼리비아) – 우유니 – 산티아고(칠레) – 푸에르토 나탈레스 – 토레스 델 파이네 – 칼라파테(아르헨티나) – 엘찰텐 – 우수아이아 – 부에노스아이레스 – 이과수 –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까지의 모든 여정이 끝났다.


‘세미패키지여행’이라 했다.

전체 일정은 여행사에서 계획하고, 숙소와 교통을 조율해 주어, 참가자는 그날의 일정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체 패키지여행에 가까웠다. 리마, 쿠스코,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며칠 머무르는 도시 이외에는 이동을 위해서라도 함께 다녔다.


아름다웠지만 기억나지 않는 14일을 보냈다.

리마를 떠나 쿠스코부터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내려오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고산지대라 정신이 혼미하다. 간혹 두통을 호소하며 아직 서먹서먹한 일행들과 효과 좋은 약을 공유한다. 먼지 벌판 속을 달리다가, 중간중간 초자연의 경치에 혼을 뺏기며, ‘여기는 어디?’ 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순간에 내가 있음을 감사해한다.


함께한 여행이 끝났다.

새벽부터 밤까지 함께 움직였다. 같이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버스를 탔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처음엔 목례만 나누던 사이였지만, 하루하루, 대화는 조금씩 길어지고 깊어진다.

"무슨 일 하세요?" 그 질문은 낯선 예의처럼 오고 가며, 때로는 반갑기도, 때로는 피하기도 한다.

서로가 조심스럽게 선을 지켰고,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겉치레 인사만으로 넘기기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며, 가족 얘기를 나누고 현실을 얘기하며 한국에서의 만남을 계획한다.


혼자서 멕시코로 날아갔다.

패키지여행의 편리함과 피곤함 속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 나는 멕시코로 날아갔다. 뉴욕발 한국행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이제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keyword
이전 18화심연을 마주하다 _ 이과수 악마의 목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