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3
한 주 사이 끝나고 헤어지고, 또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새롭게 만났습니다.
모든 엔딩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만
대부분의 시작은 기대감을 줍니다.
시작할 때의 느낌이 끝나는 날까지 이어지면 참 좋겠다 바라지만,
실제로 처음의 좋은 느낌이 작은 일 하나로 또는 서서히 하나씩 어긋나면서 나빠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저의 사람에 대한 안목이 부족한 탓인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지는 탓인지,
그마저도 아니라면 인간사가 원래 그런 탓인지
몇 번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이후로는
오히려 처음이 괜스레 좋은 경우, 안심하지 말자, 안도감으로 실수하고 관계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는 생각을 속으로 되뇌고는 합니다.
물론 반대로 처음의 안 좋은 느낌이 점차 호감으로 변해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구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있을까요?
정말로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하루를 기대하지만,
실제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
'소소한 하루의 모든 순간들도 아무 일도 아닌 건 아니니까'요.
(희곡을 읽다가 공감이 된 부분입니다)
그러고 보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아무 일은 보통 안 좋은, 서로 거슬리는, 갈등을 일으키는 일들입니다.
인내력이 점점 짧아지면, 신경이 약해지고 작은 일에도 신경증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 향해서도, 밖을 향해서도.
노력과는 별개로 말입니다.
오늘 희곡낭독공연 후 심포지엄을 참관했습니다.
비밀인데... 어찌나 재미없고, 지루하던지요.
심포지엄의 형식이 더욱 그러해서,
앞서 봤던 낭독공연들이 재밌거나 흥미로웠던 것에 반해 상당히 많이 지루했습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거겠죠.
갑자기 공부를 많이 희망했던 시기와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혼자서만) 선언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극단적이던 때가 있었지요.
이곳에서 희곡낭독공연을 하면서 찐행복을 느끼는 분을 봤습니다.
입과 함께 웃고 있는 눈, 가로로 길고 양 끝이 함께 듬뿍 올라간 입과 봉긋 솟은 볼,
활짝 펴진 채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 평소보다 아주 살짝 올라간 어깨,
그리고 온몸이 머금고 있는 듯한 밝은 에너지에서 그 흔적을 느꼈습니다.
일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쁘고 행복한 순간을 많이 찾는 저이지만,
오늘 그 분에게서 발견한 그런 찐행복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언젠가부터 저의 행복은 어려움과 고단함을 위로하는 대체재로서의 행복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이 있으니, 그간의 괴로움을 보상받는다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분명히 느꼈던 그 순수한 행복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일 이외에 행복을 주는 순간들을 찾고 싶습니다.
아니요, 지금 제가 불행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것에서 오는, 그동안 했던 것에서 찾아지는 행복과 도전과 감사와 위로를 여전히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이에게서 찾아지는 오랜만의 찐행복을 보고 그것이 주는 감동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긴 비가 오는 주말입니다.
새로 맞이하는 한 주는 새로운 행복의 순간들을 찾아내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뭘까요? 행복감이라고 해야 하나...
행복해,라는 말을 자주 되뇌지만, 막상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고 있는 보편적인 행복이라는, 특별할 것 같은 감정과 상태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또한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저의 행복을 강요하고는 합니다. 이건 행복한 거야! 당신도 이 순간 행복을 느껴!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