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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Apr 21. 2024

[오늘의탐색] 퇴사의 이상과 현실

4월의 중간 점검

이상, 따뜻한 햇살이 있는 계절에 베를린에서 3개월 머물기

현실, 시간을 쪼개어 여행. 베를린이 포함되었으므로 위안이 됨


이상, 아침에 일어나 일주일에 며칠은 동네 도서관에서 뒤적뒤적, 그 외 며칠은 동네 작은 길들 산책

현실, 초반 며칠 제외 해가 더 이상 밝아질 수 없는 시간에 눈을 떠 뒤척뒤척 간신히 일어남 


이상, 브런치스토리에 글 올려 계정 생성하기

현실, 퇴사 후 여행 제외 내 최고의 목표 달성으로 기쁨. 그런데 그 다음은.


이상, 하루하루 생산성과 상관없는 일로 재미있게 보내며 나중에 꺼내볼 기억 많이 만들기

현실, 생산적 및 비생산적 일 어느 것에도 흥미가 없어 무료하게 하루를 보냄 


이상, 가족들과의 시간 많이 갖기

현실, 가끔 엄마와의 평일 번개가 가능함. 하지만 이전보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찾아지지 않음


이상, 매일 아침 또는 저녁 스트레칭을 하며 건강한 루틴 만들기

현실, 가야 하는 운동도 빠져가면서 늘어져 있음


이상, 매일 부지런한 셀프 관리로 피부 노화 늦추기 

현실, 잠자기 전 간신히 세안 후 에센스와 크림으로 죄책감 모면. 아침엔 대부분 세수도 패쓰


이상, 코로나 때 잠시 실천했던 기억 떠올려 스스로 챙겨 먹기 

현실, 대부분 정체불명의 생식과 인스턴트로 연명. 그 와중에 라면에 관심이 생김


이상, 일 때문에 바빠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챙겨 만나기 

현실, 친구가 많지 않을뿐더러 나만 바쁜 것이 아니라 다들 바쁘다는 사실을 깨달음 


이상, 이것저것 새로운 것 찾고 배우고 시도하며 즐기기 

현실, 새로운 것 찾는 역량이 현저히 낮음을 증명 중임 


이상, 잘 먹고 잘 쉬면서 체력 증진하기 

현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그나마 정기적인 운동(이라기보다는 걷기)이었음을 인지함  


이상, 사서 꽂아두기만 한 책 읽기

현실, 독서 행위에 대한 로망이 있을 뿐... 실제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책 읽는 기능을 상실한 건지 인정하지 못하는 중


이상, 예산 파악 및 계획적인 지출 집행

현실, 지출의 큰 습관은 잘 바뀌지 않음. 아직 그만큼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이기


이상, 일이 아니면 짜증 나거나 마음이 급할 일이 없을 거라 예상함

현실, 아주 잠깐 마음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기는 듯했으나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는 객관적 판단에 돌입함 



갭이어 생활 중간 점검. 

과연 잘 쉴 수 있을 것인가와 한두 달도 안돼 좀이 쑤셔 일을 찾을 것인가

나 스스로도 그렇지만 주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퇴사 후 무소속의 시간 4개월 남짓, 

1달은 약속 폭탄, 2달 조금 안되는 기간은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는 집에서 칩거.

시간은 춥지만 상쾌한 겨울을 끝내고, 유난히도 극심한 비염으로 괴로운 봄을 지나는 중이다. 

이 시간이 진심 좋기는 한데 어느새 심심함을 가장 주된 정서로 탑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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